첫 에너지 복지 제도 가동…사회취약층 편의와 현실성 높여

올 겨울 발행되는 ‘에너지 바우처’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추진하는 첫 에너지 복지 제도다. 그동안 한국전력이나 지역난방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전기요금을 할인해주거나 요금납부 시기를 연장해 주는 등의 조치는 있었지만 정부가 직접 지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지난해 12월 도시가스업계 관계자와 함께 취약계층 겨울철 난방용으로 연탄나르기 봉사를 하고 있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지난해 12월 도시가스업계 관계자와 함께 취약계층 겨울철 난방용으로 연탄나르기 봉사를 하고 있다.

에너지 바우처 제도 특징은 선택과 집중에 있다. 에너지 비용을 전체적으로 줄이는 것보다는 겨울철 난방비 지원에 집중하는 선택을 했다. 에너지 사용패턴에 맞는 지원과 편의 고려를 통해 지원 미스매칭(불일치)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산을 에너지 취약층이 필요로 하는 곳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쓰겠다는 뜻이다.

최근 동절기 연료소비는 평상시보다 두 배 많아졌다. 영유아·장애인이 있는 가구는 평균보다 최대 25%에서 최소 6%가량 추가 에너지비용 지출이 발생하고 있다. 취약층 겨울철 에너지 지원제도에 대한 요구도 그만큼 커졌다.

기존 에너지복지제도는 전기·가스 등 특정 에너지원(요금할인)에 집중됐고, 계절적 요인에 대한 고려도 높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기·가스는 물론이고 지역난방, 등유, LPG, 연탄 등 모든 난방에너지를 포함시켜 지원 현실성을 높였다.

지원 규모도 1000억원 수준으로 에너지 복지제도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수급자의 바우처 신청과 사용기간을 최대한 보장하고 IT 기반 전달체계를 구축해 수급자 편의를 최대한 높이는 맞춤형 복지사업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지급과 정산은 복지부 복지인프라인 ‘행복e음’과 ‘국가바우처시스템’이 활용된다. 바우처 신청과 지원 대상 선정은 행복e음에서, 지급과 정산은 국가바우처시스템이 담당하는 식이다. 신청과 선정, 지급, 정산까지 바우처 전달체계 전반이 시스템으로 구축되면서 사업 운영예산 효율화와 지자체 사회복지공무원 업무 부담 경감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보완적으로 수급자가 신청시 카드결제가 어려운 전기나 지역난방 등 아파트 에너지원을 선택한 경우 요금을 자동 차감하는 가상카드도 도입할 예정이다. 노인 등 에너지를 절약하는 경향이 높은 수급자에 대해선 사용기간을 3월 말까지 운영하도록 배려했다.

사회보장위원회는 에너지 바우처 시행을 결정하면서 지자체와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사회보장사업은 정비하기로 했다. 사업 정비로 절감된 재원을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재투자할 방침이다.

에너지 복지 지원을 새로운 방식으로 현실화하고 다른 유사 중복사업은 가지치기해 없애거나 통합시키는 셈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에너지사업자 자체 지원과 함께 80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 바우처 지원이 병행되면서 취약층 겨울철 난방비 부담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봤다.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과장은 “겨울철 난방은 다른 계절과 달리 소비자가 절약을 선택할 여지가 적고 인명 문제와도 직결된다”며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시기에 다양한 난방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번 지원의 핵심 취지”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