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3% 감소한 155만대에 그쳤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자동차 수출은 총 297만대로 작년(306만대)에 비해 10만대 가까이 감소할 전망이다. 자동차 수출이 2012년 317만대를 정점으로 3년째 감소 추세를 지속해 5년 만에 300만대 이하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아직도 자동차 수출 감소 추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그 근본 원인에 대한 명확하고 객관적인 진단이 나오지 않은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수출 감소 원인 진단과 처방은 크게 세 가지로 구별된다. 하나는 원화가치 상승을 원인으로 보고 환율 안정 정책이 긴요하다는 견해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 시장 침체를 원인으로 보고 마케팅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국내 고임금과 저생산성 구조를 원인으로 보고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정책이 시급하다는 견해다.
첫 번째 견해는 최근 원화 환율 안정으로 잠복해 있지만 환율을 수출 감소의 근본 원인으로 보는 데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적지 않다. 두 번째 견해도 정밀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올 상반기 해외 수요 변화가 자동차 수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측정해 보았다.
작년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 50.1%를 점한 미국, EU, 캐나다, 호주 등 주요 선진국 올 상반기 판매량 합계는 전년동기대비 5.9% 증가해 수출 파급 효과는 2.97%다. 반면 작년 자동차 수출의 49.9%를 점한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의 올 상반기 판매량 합계는 전년동기대비 1.8% 감소해 수출 파급 효과는 마이너스 0.88%이다.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해외 수요 변화의 수출 증대 효과는 2.09%다.
그러나 상반기 자동차 수출은 역으로 3%나 감소했다. 이는 해외 수요 변화의 수출 증대 효과보다 훨씬 큰 수출 감소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컨대, 우리나라 해외 자동차 시장 점유율 하락을 초래하는 전략 수출 차종의 원가 경쟁력 약화나 수급 불균형 또는 모델 노후화 같은 요인들이다.
그 가운데 자동차 수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지속적이면서도 가장 큰 요인은 원가 경쟁력 약화로 추정된다. 가격에 민감한 준중형급 이하 승용차가 자동차 수출 전체 80% 이상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누구나 쉽게 추론할 수 있다. 국내 고임금과 저생산성 구조를 혁신할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대책이 시급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논거다.
이성신 비엠알컨설팅 대표 samleesr@gobm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