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지난 2003년 10%대에 이르는 고실업과 경기침체를 극복하고자 ‘어젠다 2010’을 발표했다.
당시 독일은 GDP 성장률이 2000년 2.9%에서 2002년 0.2%까지 떨어지는 등 경기침체가 뚜렷했다. 경직된 노동시장 때문에 생산기지를 옮기려는 기업도 나타났다.
독일 정부는 페터 하르츠 박사를 ‘노동시장에 관한 현대적 서비스 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노동개혁에 착수했다. 하르츠 위원장은 폴크스바겐 인사담당 이사로 1990년대 회사 구조조정을 이끈 인물이다. 2002년 위원장으로 임명된 후 구직자 취업노력 촉진, 고용서비스 질 향상,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추진했다.
2000년대 이뤄진 독일 노동개혁은 ‘하르츠 개혁’으로도 불린다. 하르츠 개혁 주요 내용은 △신속한 고용서비스 제공을 위한 최선 환경 조성 △임시직 근로자 고용 활성화 및 신규 고용 창출 △고용보호 완화 △ 실업급여 축소 및 실업연금제도 개정 등이다.
독일은 기존 노동사무소를 고용사무소(잡 센터)로 변경해 실업자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했다. 장기실업자를 노동시장에 편입시키기 위해 임시 일자리를 확대했다. 동시에 임시직에서 정규직으로 옮겨가는 접착효과를 꾀했다. 고령 장기실업자 고용을 촉진하는 ‘50플러스’ 사업을 추진했다.
신규 고용 시 해고보호 조항 적용대상을 5인 이상에서 10인 이상 사업장으로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창업기업에 한해 최장 4년간 임시직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도록 했다. 최장 32개월에 달했던 실업급여 지급기간을 55세 미만은 12개월, 55세 이상은 18개월로 축소했다.
하르츠 개혁 이후 독일 실업률은 2005년 11.7%에서 2007년 9.0%로 낮아졌다. 실업자 자발적인 구직 노력이 활발해지고 고용서비스가 향상됐다.
부작용도 있었다. 파견근로자 등 비정규직과 저임금 일자리가 늘어났다.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고 노동개혁에 대한 사회적 반발도 일어났다.
하르츠 박사는 지난 5월 방한 강연에서 당시 ‘실업자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뒀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 노사정은 ‘사람은 비전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며 “기업이 고용사정 악화 시 해고보다는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근로자는 임금이 일시적으로 줄어도 기업이 다시 좋아지면 이익을 공유해 보상받는다는 기대로 어려움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극명한 대립 속 타협 비결은 노사가 제일 두려워하는 이른바 ‘킬러 주제’를 피한 것을 들었다. 하르츠 박사는 “노동자가 가장 꺼려한 것이 ‘해고’였기에 해고는 피하면서 근로시간, 임금 등 유연성을 확대했다”며 “기업 부담을 덜고자 파견근로를 도입해 불법노동을 합법화했다”고 전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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