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딱딱했던 금융위원회를 바꿔놓은 `핀테크`

[기자수첩]딱딱했던 금융위원회를 바꿔놓은 `핀테크`

“저희 부서 소관이 아닙니다.” “그것까지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취재를 위해 가끔 금융당국에 전화하면 딱딱하고 원론적인 답변을 듣기 일쑤다. 기업체와 달리 아쉬울 것 없는 금융당국은 기자들에게 차가울 때가 많다. 개인적으로 취재 문의를 위해 당국에 전화를 걸면 단답형 대답에 만족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핀테크 열풍이 불고난 뒤 눈에 띄게 달라진 한 곳이 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음에도 먼저 나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본인들이 하고 있는 일을 홍보하고, 높았던 장벽을 낮추고 있는 ‘금융위원회’다.

금융위원회에서 핀테크 실무를 담당하는 한 사무관은 언론 기사 인터뷰에도 등장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가 개인 인터뷰로 기사에 이름을 싣는 것도 흔하지 않는 일이다. 그만큼 차가웠던 금융위원회가 ‘핀테크’라는 흐름을 만나 보다 많은 사람에게 가깝게 다가가려 노력하는 모양새다.

수장인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하루가 바쁘게 현장을 찾아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핀테크는 애초에 금융당국이 법률적으로 알아서 해석하고 저절로 만들어지는 종류의 금융업이 아니었다. 보다 많은 금융소비자, 금융사, 벤처업체를 만나서 지금 많은 사람이 원하고 있는 금융개혁과 금융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 대중성을 지닌다.

핀테크라는 특정 산업을 선도적으로 나서서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은 금융위원회가 변한 이유다. 보수적이었던 금융당국을 바꿔놓은 금융개혁의 첫걸음이다.

금융위원회는 페이스북에 ‘핀테크지원센터’ 페이지도 만들었다. 페이지를 ‘좋아요’만 해놓으면 매일같이 쏟아지는 따끈따끈한 핀테크 관련 기사를 클리핑해 준다. 핀테크를 취재하는 금융 담당 기자들이 요긴하게 살펴보는 콘텐츠가 됐다. 벌써 이 페이지를 팔로해놓은 사람이 5000명을 넘어섰다.

매일같이 금융개혁과 핀테크를 외치는 금융당국이 선도적으로 나서서 본인들의 견고한 요새를 허무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도 즐거운 핀테크 열풍의 단면이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