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태의 Healing & Success ‘독심술과 득심술’

하석태의 Healing & Success ‘독심술과 득심술’

유럽에 매우 총명한 말 한 마리가 있었다. 주인은 이 말이 셈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덧셈, 뺄셈, 나눗셈은 물론이고 구구단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날 주인이 많은 구경꾼들 앞에서 말에게 “지금 여기 있는 사람이 몇 명이지?” 하고 묻자, 말은 오른쪽 앞발굽을 들어 구경꾼 숫자만큼 땅을 탁탁 쳤다.

“그렇다면 이 가운데 안경을 쓴 사람은 몇 명이지?” 이번에도 정확히 숫자만큼 땅을 쳤다. 눈이 휘둥그레진 구경꾼들이 앞다투어 산수 문제를 냈고, 녀석은 어김없이 정답을 맞혔다. 이 후 이 말은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말이 됐다.

하지만 말의 능력을 의심한 사람들이 공식적인 검증위원회를 만들어 녀석을 심판대에 올렸다. 그리고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몇몇 위원이 구두로 산수 문제를 냈고, 녀석은 계속해서 앞발굽으로 정답을 맞혀냈다. 모든 사람들이 감탄했지만 의혹은 풀리지 않았다. 위원들은 말이 주인에게 어떤 암시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위원들은 말의 주위를 지키고 있던 주인에게 강당 밖으로 나가라고 지시했다. 당황하며 나가는 주인의 뒷모습을 보고 위원장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에게 산수 문제를 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말은 정확히 정답을 발굽으로 쳤다. 사람들의 박수갈채와 함성 속에 위원장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위원회는 끝난 듯 했다.

그때, 인생경험이 풍부해 보이는 원로 과학자 한 명이 나섰다. 그는 말에게 다가가 위원들처럼 큰 소리를 내지 않고 말 귀에 대고 문제를 속삭였다. 이상하게 말은 반응이 없었다. 계속해서 귀에 대고 문제를 냈지만 녀석은 묵묵부답이었다. 과학자는 빙그레 웃으며 사람들 앞에 섰다.

“이 말은 산수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섬세한 표정과 몸짓의 변화를 탁월하게 포착해 내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출제자가 문제를 큰 소리로 외치면 우리모두는 간단한 산수 문제라 그 정답을 알고 있었죠. 말은 출제자가 문제를 외친 순간, 자동적으로 발굽을 들어 땅을 치도록 훈련 받았어요. ‘탁.. 탁.. 탁.’ 치면서 우리의 표정과 몸짓을 살핀 겁니다. 땅을 치는 횟수가 정답에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감과 기대감을 표정, 미세한 떨림, 헛기침과 같은 몸짓으로 나타낸 겁니다. 말은 그 징후가 절정에 도달한 순간, 발굽으로 땅을 치는 것을 멈춘 거죠. 하지만 이번에는 제가 말에게 문제를 속삭여서 여러분도 정답을 몰랐기에 어떤 몸짓과 표정도 없었고, 따라서 이 녀석도 얌전하게 있었던 겁니다.”

결국 말의 초능력은 주인의 치밀한 훈련의 결과물로 밝혀졌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독심술(讀心術)이란 사람의 다양한 표정이나 몸짓, 행동 등을 바탕으로 상대의 마음을 읽는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은 사람을 상대하는 특정한 분야의 종사자는 물론이고 대인관계 속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기술문명의 발달은 오히려 사람의 독심술 능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읽는 훈련을 해야 한다. 훈련을 통해 독심술을 넘어 득심술(得心術)을 키워야 한다. 득심술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기술이다. 독심술은 무의식적인 행동이나 표정, 몸짓으로 마음을 읽지만, 득심술은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독심술은 예리한 관찰과 분석이 핵심이지만, 득심술은 따뜻한 마음과 온유함이 그 바탕에 있어야 한다.

내가 강조하는 세일즈는 ‘파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얻는 모든 행위가 곧 세일즈다. 독심술을 넘어 득심술을 연마해 이 시대 최고의 세일즈맨이 되자.

필자소개/ 하석태. hstgroupceo@gmail.com

HST group(주) 대표이사. 영업교육 전문가.

저서. ‘딱! 100일만 미쳐라(21세기북스, 2014.07)’

정리=소성렬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