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와 MS, JP모건과 애플.
평소에는 낯 붉히며 만날 일 없는 조합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 글로벌 ICT업체와 초대형 금융사 간 대립각이 갈수록 예리해지고 있다. 이들 전장은 ‘핀테크’다.
18일 IP노믹스가 공개한 ‘핀테크, 승자는?Ⅰ·Ⅱ’(Fintech war, Who will come out a winner?Ⅰ·Ⅱ) 보고서에 따르면, 출원·등록·인용 등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활동이 올해 들어 급증세다. 해당 스타트업·벤처에만 30억달러 뭉치돈이 몰렸다.
◇특허 개수는 VISA, 질은 MS
핀테크 꽃인 지급결제 분야에서 ‘결제 프로토콜’(Payment Protocol)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글로벌 기업은 미국 카드사 ‘비자’(VISA)다.
하지만 특허 질을 가늠하는 ‘특허 피인용 수’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보유 특허 수 대비 기술적 활용도를 나타내는 피인용 수는 특허의 시장성과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다.
핀테크 관련 특허 피인용 수가 가장 높은 기업은 금융사가 아니다. 바로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다. 비자는 특허 보유 수에서, MS는 특허 질에서 각각 핀테크 패권을 거머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 vs IT ‘핀테크’서 맞짱
현재 전 세계 핀테크 산업을 선도하는 플레이어는 역시 전통적 금융기관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분야에 글로벌 IT기업과 전문 스타트업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지난 5년간 전 세계 핀테크 벤처 투자는 세 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 2008년 9억2000만달러였던 투자 규모는 2013년 현재 29억7000만달러로 늘었다.
핀테크에 돈이 몰리면서 관련 특허도 급증세다. 지난 10년간 지급결제 핀테크 관련 특허 등록건수(미국 기준)는 총 6226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1281건이 등록됐다.
◇누가 특허 공룡인가
지급결제 핀테크 특허는 비자를 비롯해 마스터카드, JP모건 순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특히 비자는 최근 3년간 160건 특허를 등록, 지난 10년 대비 특허등록 비중이 65%에 달할 정도로 핀테크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맞서 글로벌 IT기업도 핀테크 특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독립된 결제시스템을 도입한 이베이와 구글이 대표적이다. 지난 10년간 이베이는 130건, 구글은 63건 지급결제 핀테크 특허를 각각 등록했다.
특허 영역별로 분석해보면 ‘결제구조’ 영역에서 지난 10년간 총 2144건으로 가장 많은 특허가 등록됐다. 반면에 지난 1년간 등록 증가폭이 가장 큰 영역은 ‘결제 단말’이다. 지난해 등록 특허 수는 241건으로 전년 대비 약 2.7배 이상 증가했다.
◇특허인용기술이 시장을 선도한다
금융과 IT기업이 지급결제 특허를 인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급결제 특허 인용 증가는 그만큼 핀테크 산업이 매력적이라는 얘기다.
금융·IT분야 기업이 지난 10년간 인용한 지급결제 핀테크 특허는 총 18만9936건에 달한다. 총 등록 특허 수에 비해 30배 이상 많은 건수다.
그 중에서도 글로벌 기업이 가장 많이 인용한 핀테크 기술은 ‘결제 알고리즘’(Payment Circuits)이다. 결제 알고리즘은 e머니와 e티켓 관리·발행, 사용자 인증, 사기 위험성 평가 등에 쓰이는 전자화폐·전자티켓 관련 회로·알고리즘을 말한다.
이 분야에서만 지난 10년간 총 6만2336건 특허가 인용됐다. 최근 3년간 인용 비중이 58%에 달할 정도로 뜨겁다. JP모건 체이스 은행과 비자,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글로벌 금융기업이 가장 많이 인용했다. 반면에 글로벌 IT기업이 많이 인용한 특허 영역은 ‘결제 구조’와 ‘결제 방식’인 것으로 분석됐다.
강민수 광개토연구소 대표는 “수십년 주종 또는 갑을 관계에 있던 금융과 IT가 ‘핀테크 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를 펼치고 있다”며 “이 싸움 승자가 결국 글로벌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IT 패권까지 독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P노믹스=신명진기자 mjshin@etnews.com
※ 핀테크 산업을 특허 활동을 중심으로 종합 분석한 ‘핀테크, 승자는?’ 1·2권 보고서는 IP노믹스 홈페이지(www.ipnomics.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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