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국과 중국 증시가 심상치 않다. 코스피는 1950선을 하회하고 코스닥은 어느새 700선이 무너졌다. 중국 상하이 증시도 6.15% 폭락하며 투자자를 경악하게 했다.
지난주 잇따른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미국 금리인상이 늦춰질 수 있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각종 경제지표가 미국 경기 회복세를 증명하면서 다음달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면서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를 등지고 있다.
세계 주요 금융기관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6.8%선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부 목표치인 7%에 못 미치는 수치로 25년 만에 최저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것도 양국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전반의 악재들이 모두 시장에 나타나는 가운데 신흥국 증시 자금 이탈은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증시는 특히 성장 기대감으로 한동안 상승세를 탔던 중소형주와 코스닥 시장 낙폭이 커지고 있다. 2분기 실적에 대한 실망감도 투자자가 시장을 떠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시장 반응은 현재 증시가 과매도권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단기저점이 어느 선에서 형성될 것인지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시장 흐름이 상승동력, 매수주체, 주도주, 방향성이 없는 ‘무풍지대’ 증시라고 표현한다. 중국도 같은 흐름이다.
한중 양국은 환율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소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경기 여건 등을 감안했을 때 연말까지 추가 절하 가능성은 남아 있다. 우리나라 원화도 연일 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당 1180원대에 안착했다. 전문가들은 1200원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중 경제의 어려움은 동일하다. 과다 부채에 따른 구조적인 내수 부진에다 누적된 통화 강세로 인한 수출 가격경쟁력 상실이 2분기 기업실적에 드러났다. 민간은 기업이익 급감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되고 있지만 정부는 높은 외환보유고와 재정건전성, 경상흑자 등으로 안정적 흐름을 이어간다는 점도 같다.
지난주 위안화 절하 이후 이틀 동안 달러 대비 전 세계에서 가장 약세를 보인 통화는 위안화(-2.8%)와 원화(-2.3%)였다. 최근 3개월 원화 가치는 -7.9%로 달러를 제외한 주요 24개 통화 중 원자재 생산국에 이어 6번째로 약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미국 금리인상을 전후로 남은 기간 동안 1200원선을 중심으로 비교적 높은 구간에서 등락을 보일 것”이라며 “엔화 환율의 하락 압력과 위안화 절하의 틈새에 낀 원화 환율은 눈치를 보며 변동성이 다소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위안 환율이 하락하면 우리나라 수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을 내놔 주목된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의 국내 수출 파급영향’이란 보고서에서 “원·위안 환율이 5% 하락하면 국내 총수출은 약 3%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위안화가 평가절하되면 수출 경합 업종을 중심으로 대중국 수출경쟁력이 떨어져 우리나라 수출이 감소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진다”면서 “엔화 약세에 위안화 약세까지 더해지면 환율 측면에서 한국 수출상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