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고급기술 연구기반 구축사업` 대기업 불참에 ‘삐걱’

‘해양플랜트 고급기술 연구기반 구축사업’이 시작 단계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 사업은 세계적 수준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 연구기반을 국내에 구축하고 해외 엔지니어링 기업과 국내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및 연구기관 간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해양플랜트 고급기술 연구기반 구축사업 추진 체계와 목표
해양플랜트 고급기술 연구기반 구축사업 추진 체계와 목표

산업부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는 국비와 부산시비, 민자 등 500억원을 투입, 올해 말까지 부산 강서구 생곡지구에 해양플랜트 고급기술 엔지니어링센터(ATEC)를 착공하고 오는 2018년 완공할 계획이었다.

산업부와 KRISO는 지난 2012년 계획 수립에 착수해 최근까지 글로벌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업 MOU, 해외 고급 엔지니어 발굴 유치, 국내 중소·중견 기자재업체 사업 참여 등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해왔다.

기획 단계부터 함께 해온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협약을 앞두고 사업 참여를 유보해 사업 착수에 적신호가 켜졌다. 대형 조선업체는 ATEC, 해외 엔지니어링기업과 함께 사업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체 사업 참여 유보 이유는 사업 준비 불신에서 비롯됐다.

조선업체 해양플랜트사업 관계자는 “사업 핵심 토대인 글로벌 엔지니어링기업 참여가 무산됐고 해외 고급 엔지니어 영입도 당초 기대와 달리 국내 출신 은퇴자가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사업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상태에서 참여해봐야 인력과 시간만 낭비할 것이란 얘기다.

산업부와 KRISO는 사업 초기부터 조선업체가 참여해 해외 엔지니어링 기업 유치와 공동 프로젝트 기획 및 수주를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사업이 국내 해양플랜트산업 과당경쟁, 저가 수주와 엔지니어링 역량 부족에 따른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 구조를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ATEC는 대형 조선업체와 중소·중견기업, 해외 엔지니어링 기업이 협력해 만드는 해양플랜트 조인트 벤처와 같다”며 “국내 조선업체 해양플랜트 기술과 인력을 결합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조선업체 사업 참여 유보가 수년째 이어진 조선해양플랜트 경기 위축과 이에 따른 적자 누적이 한 원인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조선업체 사업매칭 자금은 각각 10억~15억원 선이다. 기업 규모로 보면 큰 금액이라고 할 순 없지만 적자 상황에서 실무자가 결제를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우리나라 해양플랜트 경쟁력 강화라는 큰 틀에서 조선 3사가 가진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해야 하지만 시장에서는 개별 경쟁관계라서 기술과 인력 교류·협력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을 주도해 온 성홍근 KRISO 연구부장은 “정부와 공공연구기관이 우리나라 해양플랜트 경쟁력 강화를 위해 2년여간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준비한 사업”이라며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겠다는 조선업체의 단기적 투자셈법으로 사업이 좌초된다면 우리나라 조선해양산업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진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