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어렵사리 고위급 대화 채널을 열었지만 마지막까지 진통이 계속됐다. 24일 저녁까지 풀릴 듯했던 실마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안개정국으로 빠지는 모양새다.
남북은 지난 22일 밤샘 협상에 이어 23일 오후부터 24일까지 또 한 번 무박 2일 협상을 진행했다. 남북이 유례없는 마라톤 협상을 이어가면서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커졌다.
◇합의점 조율 난항 거듭
24일 저녁 현재 남북 모두 마지노선에서 물러서지 않으면서 협상이 길어졌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변함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무엇보다 현 사태를 야기한 북한의 지뢰 도발을 비롯한 도발행위 사과와 재발방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사과 없이는 협상 진전이 불가하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협상장에 있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두 대표 역시 이 같은 원칙을 기본으로 북측 대표와 협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최근 일어난 도발 자체를 전면 부인했다. 사과 요구 수용 여부가 아니라 사과할 바가 없다는 주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발생한 경기 파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은 물론 20일 서부전선 포격도발도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한국군의 대북 심리전 방송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우리 측에 갈등 확산 책임을 물었다.
◇대화 채널은 유지해야
남북이 각자 원칙을 고수하면서 협상 진전은 지연됐다.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전면 합의가 아닌 부분적 합의 도출에 머물 공산이 크다.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긴장 완화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추후 유사한 충돌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 모두 부담스러운 결론이다.
보다 유연한 자세로 협상에 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필요하면 확성기 중단 등 유연한 대응에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획기적 방안을 찾기보다는 물꼬를 트는 데 의미를 두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강경 대응하되 대화 채널 유지를 주문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안보의 벽은 높게 쌓되 대화의 벽은 낮춰서 응징할 것은 응징하더라도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정부 국정 후반기 부담 커져
박근혜정부는 공교롭게 25일 임기 반환점을 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집권 후반기 국정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정부로서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다.
당초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대국민 담화를 계기로 노동·공공·교육·금융 4대 개혁에 다시 힘을 실을 방침이었다. 실제로 대국민 담화 이후 범정부 차원에서 임금피크제를 중심으로 노동·공공 개혁 기반 다지기가 이어졌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제를 활성화하고 부진한 수출을 회복하는 것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였다.
예상치 못한 북한 변수로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 구상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북한 리스크가 부각되는 한 내부 국정에 추진력이 뒷받침되기는 어렵다.
대국민담화와 광복절 경제인 특별사면 등을 계기로 모처럼 일어나는 대기업 투자 기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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