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일촉즉발의 긴장 속에서 ‘무박 3일’을 보냈다.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2일 남북 고위급 접촉이 성사되며 잠시나마 안도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23일 새벽까지 진행된 1차 회의에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고, 2차 회의가 밤을 새워 24일까지 이어지며 우리 국민은 숨을 죽이고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북한이 제시한 최후통첩 시한(22일 오후 5시)이 다가오며 22일 한반도 전역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북한 외무성 성명이 보도되며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22일 오후, 판문점에서 고위급 접촉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안도의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6시 30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만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은 미소를 지으며 남북 고위급 접촉을 시작했다. 하지만 회의는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정회하고 23일 오후 3시 재개하기로 했다.
고위급 접촉이 진행되는 중에도 불안한 상황은 계속됐다. 북한군 잠수함 전력의 70%가 동·서해 기지를 이탈해 탐지 장비에 식별되지 않아 우리 군은 긴장 속에서 대비 태세를 강화했다. 북한군 잠수함이 몰래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우리 함정이나 어선을 기습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1일 모든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비상근무 지침을 통보했다. 기획재정부는 22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연 데 이어 일요일인 23일에도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했다.
여야는 ‘초당적 협력’을 다짐하고 남북 고위급 접촉을 예의주시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2일 밤 늦게까지 국회에 머무르며 고위급 접촉을 지켜본 데 이어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2차 회의 상황을 수시로 보고 받았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3일 상황점검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고 당내에 ‘한반도 평화·안전보장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2차 회의도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당초 계획보다 30분 늦은 오후 3시 30분 시작됐다. 10시간 넘게 진행된 1차 회의에서 간극을 좁히지 못 한 남북은 2차 회의에서 밤을 새워 논의를 이어갔다.
2차 회의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북한은 전쟁 분위기를 고취시키며 우리 군을 자극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1면부터 마지막 6면까지 북한 주민에게 남한과 미국에 대한 증오심을 유발하며 체제 수호를 위한 결집을 촉구하는 글과 사진을 실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오전 9시부터 특별 방송을 내보내며 북한 주민에게 ‘전쟁불사’ 의지를 강조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