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내 증시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장중 9% 가까이 폭락하면서 3200선을 하회하자 지수가 급락했다.
코스피는 이날 남북한 간 긴장 해소 기대감에 장 초반 약보합권에서 반등을 모색하다가 중국 증시 폭락 소식에 급락세로 반전, 장중 1800선을 위협받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46.26포인트(2.47%) 급락한 1829.81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7000억원 이상의 매물폭탄을 내놓으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이에 따라 지난주 북한의 기습 포격 도발과 같은 돌발 악재가 발생할 경우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휘둘리는 ‘살얼음판’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21일 증시를 푸른빛으로 물들였던 대내외 악재는 북한의 포격 도발로 인해 상황을 심각하게 만든 측면이 있지만 북한만의 악재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글로벌 증시가 선진국,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중국발 경기부진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가장 큰 이유다. 미국 금리인상 불확실성이 여전히 신흥국 증시를 괴롭히기는 하지만 중국발 위기론의 강도는 투자자들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판문점에서 진행 중인 남북 고위당국자 회담이 좋은 방향으로 결론난다고 해서 국내 증시가 급격하게 반등한다는 보장이 없다는데 한목소리를 낸다. 남북 경색국면은 우리나라만이 갖는 지정학적 리스크이지 대외 악재의 강도에 비해서는 경중이 덜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예전 북한 관련 이슈가 발생했을 때 주가는 당일 또는 일주일 안에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곧바로 정상을 되찾았다. 시장이 그만큼 악재를 견디는 내성이 길러져 있다는 표현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한 리스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 원인 중 하나로 존재하지만 지금까지 경험상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항상 제한적이었다”며 “시장을 바라보는 눈은 여전히 북한보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기둔화와 미국 금리인상 이슈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과 갈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프리미엄’이 71.667P를 기록하며 지난해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원·달러 환율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김태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남북 고위급 접촉이 진행되면서 북한 리스크가 줄어들더라도 글로벌 금융시장을 둘러싼 위험이 쉽사리 사그라들만한 계기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