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소비자 체감 정도는 더디기만 하다. 60%나 붙는 유류세 비중 탓인데 국제시장 석유제품 가격 하락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는 소비자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가 세재 개편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다 대체할 항목을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석유제품 가격 하락으로 우리나라 주유소 기름값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 7월 1일 리터당 1584원으로 연중 최고수준을 찍은 뒤 지속 하락해 이달 23일 기준 리터당 1535원까지 하락했다. 이 사이 전국 1만2000여개 주유소 가운데 30%에 달하는 3700개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이 1400원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국제 제품 가격 하락폭을 감안하면 소비자가 누리는 가격 인하 효과는 확연하지 않았다.
지난 6월 1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싱가포르시장 기준 휘발유가격은 배럴당 최대 85달러에서 최근 63달러로 25%가량 떨어졌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3.0% 떨어지는 데 그쳤다.
주유소 판가에 반영되는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가장 큰 원인은 절반이 넘는 유류세로 귀결된다.
8월 세째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543.76원. 이 가운데 세금은 916.99원으로 59.4%를 차지한다.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져도 기름값에서 인하되는 부분은 절반이 채 안되는 셈이다. 앞으로 국제유가가 더 떨어진다해도 소비자 체감 인하폭도 줄어든다. 세율이 변하지 않는 이상, 인하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류세에서 부가가치세(10%), 관세(3%)를 제외한 교통에너지환경세(529원), 교육세(79.35원), 주행세(137.54원) 등은 모두 정액이기 때문에 휘발유 원가가 0원이어도 판매 가격은 리터당 700원이 넘는다.
이런 이유로 유류세 탄력적 적용을 요구하는 소비자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유류 관련 세수는 2013년 기준 국세 수입 1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최근 소비량 감소로 2013년 28조3290억원, 2014년 28조1926억원으로 유류 관련 세입이 줄고 있는 상황도 개편을 꺼리게 만드는 한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류 관련 세목 성격이 맞지 않고 고정세 비율이 높다는 지적이 수년간 이어지고 있지만 나라 세입에서 유류세 비중이 너무 높기 때문에 이를 개편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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