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옥션에서 판매한 샤오미 공기청정기는 반나절 만에 매진됐다. 옥션에서 250대를 추가 주문했지만 오후 2시를 채 넘기지 않았다. 샤오미 인기에 옥션과 소비자 모두 놀랐다.
샤오미 공기청정기 완판에는 가격에 비해 높은 성능이라는 점이 주효했다. 하지만 샤오미 ‘미에어(Mi.Air)’는 발뮤다 ‘에어엔진’ 카피캣이라는 논란도 있다. 이를 아는 소비자가 샤오미 미에어를 옥션에서 판매한다고 소문이 나자 빠르게 구매했다.
발뮤다 에어엔진은 국내 판매가격이 69만9000원이다. 옥션은 샤오미 미에어를 24만9000원에 판매했다. 소비자는 발뮤다 제품 디자인과 똑같으면서도 저렴한, 그야말로 가성비가 높은 샤오미를 선택했다.
여기에는 비밀이 하나 더 있다. 샤오미는 발뮤다 개발자를 스카우트했다. 일본 발뮤다는 ‘가전계 애플’이라고 불릴 정도로 디자인과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내놓으며 명성을 쌓아가고 있지만 아직은 작은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가 처음에는 발뮤다와 기술 제휴를 제안했으나 이뤄지지 않았고 개발자 한 명을 스카우트해갔다”며 “해당 개발자가 에어엔진과 그린팬 개발에도 참여했기 때문에 조만간 샤오미에서도 그린팬 카피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가전업계가 선진국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고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해외 개발자를 스카우트해가는 것이다. 시각을 달리하면 이는 심각한 기술 유출이다.
국내 가전회사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적으로 톱 지위에 있는 국내 가전회사 기술자도 이미 많이 중국으로 넘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전자레인지 등 국내 사양산업군에서, LG전자는 냉장고 부문, 동부대우전자는 세탁기 부문 개발자가 중국가전회사로 스카우트돼 갔다”며 “한국에서 10년 근무하며 벌 돈을 중국으로 옮겨 2~3년 일해 한번에 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가전사들이 ‘촬영금지’ ‘USB 반출 금지’ ‘이메일 보안’ 등 아무리 보안을 철저하게 해도 이미 개발자 머릿속에 있는 기술까지 뺏을 수는 없다. 이직 후 몇 년간 같은 업종에 근무하면 안 된다는 계약 조건도 국경을 넘어가면 소용없다. 국내 회사가 몇 십년 동안 쌓아온 기술이 중국으로 옮겨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이 같은 상황이 기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C를 연속적으로 맞는 등 인사고과가 낮아 승진이 안 될 것 같은 사람, 40대 이상으로 회사에서 나가야 할 것 같은 사람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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