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스크]신흥국 패닉에 선진국도 움츠려들어…실체없는 위기 논란

지난해 국내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할 때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투자펀드로 눈을 돌렸다. 가장 관심을 끈 펀드는 중국펀드로 성장가도를 달리는 중국 시장의 가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감안한 투자였다. 하지만 6월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는 중국 증시에 국내투자자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수익률은 〃20%에 가깝고 상하이종합지수는 끝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차이나 리스크]신흥국 패닉에 선진국도 움츠려들어…실체없는 위기 논란

25일 상하이종합지수는 3000선이 무너지며 또다시 8% 가까운 폭락장을 이어갔다. 상하이지수는 전날보다 6.4% 하락한 3004.13으로 출발해 상승세를 타다 오후부터 낙폭이 확대되며 3000선이 무너졌다. 장중 최저치는 8.16% 급락한 2947.94였다.

상하이 지수가 30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만으로 전일 8.5% 하락폭까지 합하면 이틀간 무려 16.1% 급락했다. 증시 하락이 시작된 지난 19일부터 시작하면 4거래일 동안 무려 21.8% 추락했다.

상하이지수는 지난 24일에도 당일 하락폭 기준으로 8년여 만에 최대 낙폭인 8.5%를 기록해 아시아 금융위기와 리먼사태 당시보다 더 큰 패닉 장세를 연출했다.

중국 증시 하락은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 증시 추가 조정으로 이어지고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하다. 24일 일본, 홍콩, 대만 증시는 5% 안팎 하락률을 기록했고 25일에도 약세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 가운데 가장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던 인도 증시마저 5% 이상 하락했다.

유럽과 미국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24일(현지시각) 유럽 증시는 중국의 영향으로 주요국 증시가 5% 안팎 급락세를 나타냈다. 미국 증시도 중국 성장 둔화 우려 지속으로 뉴욕증권거래소 다우지수가 전날보다 588.47P(3.58%) 급락했다. S&P500지수는 77.68P(3.94%), 나스닥지수는 179.79(3.82%) 하락했다.

중국 증시 하락 직격탄을 맞고 있는 신흥국은 부도위험이 급등했다. 부도위험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최고치를 부여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통화 가치가 17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며 외환위기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일본 아베정권은 주가 하락으로 지지율 하락을 걱정하고 있고 브라질 재무 장관은 경질설에 휩싸이는 등 G2 중국 영향력이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5일 7일 만기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발행 방식으로 1500억 위안(약 27조6000억원)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한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8·20일에도 1200억위안씩 역RP를 발행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는 G2에서 시작됐다. 미국발 금리인상(수급)과 중국발 경기(수요) 둔화 문제가 겹치며 시장 우려감이 확대됐다. 중국 차이신(Caixin)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하락과 각종 경제지표 부진으로 인한 수요 우려를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시켜 해석하면서 시장 우려를 높였다.

여기에 중국 정책 리스크까지 부각되고 있다. 상하이방 대표 장쩌민 전 주석이 체포돼 중국 정치 갈등과 체제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루머다. 일당체제인 중국의 정치구도를 감안하면 어떤 리스크보다 우려스러운 변수임은 분명하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장쩌민 전 주석 체포 루머가 시장 불안감을 확대시킨 것은 톈진항 독극물 폭탄테러 배후가 장쩌민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 영향으로, 여기에 출처가 불분명한 체포 사진이 유포돼 시장 불안감을 가중시켰다”며 “금융시장에 막강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상하이방이 주식시장 하락을 주도했다는 루머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경기 수준으로 시스템 리스크를 논하는 것은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경기부양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있지만 중국 정부는 통화와 재정에서 추가 부양 정책을 집행할 여력이 충분하다.

박 연구원은 “주식시장 급락세가 시스템 리스크 반영이라면 외환시장과 각종 금리 및 리스크 지표도 시장 우려가 동시에 반영돼야 한다”며 “하지만 위안화 환율과 각종 금리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경기 둔화를 시스템 리스크로 치부하기에는 자산가격 불일치라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 불안정성이 근본 원인으로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시장 불안 해소를 위해 부양조치를 내놓아도 중국 경기 불확실성과 불신 때문에 시장에 정반대 효과를 불러오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중국에 대한 시장 정서는 정말 부정적인데 불신이 생기면서 신흥국 역시 의심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신흥국 중 한 곳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면 전반적인 공황(패닉)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폭락으로 중국 증시는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것도 모자라 하락세로 돌아섰다. 상장종목 시가총액은 24일 하루에만 상하이와 선전에서 각각 2조4400억위안과 1조5200억위안 등 모두 3조9600억위안(720조원)이 증발했다. 투자자당 평균손실은 7만7800위안(1416만원)에 달했다.


8월 상하이종합주가지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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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