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후에는 ‘가전 산업’이라는 말이 아예 없어질 것 같기도 하다.”
국내에 가전을 연구하는 연구기관이 많지 않다. 기업별 내부 전략 수립 직원 외에 외부에서 가전 산업을 연구하는 인력이 적은 것은 생산 업체 다수가 해외로 나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동부대우전자 등 가전 대기업 전체 생산 물량 중 약 10%만이 국내에서 생산된다. 그럼에도 남은 연구원들과 정부가 제시하는 가전 위기 탈출 해법 중 하나는 ‘스마트 홈’이다. 미래는 스마트 홈, 커넥티드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안은 수출에 맞춘 특화 제품 개발이다.
이경숙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 연구위원은 “중소 가전업체는 대기업 스마트 플랫폼과 연결해 소비자에게 필요한 스마트 기능을 탑재한 특화 제품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며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는 데는 기술력 확보와 다른 나라에서 개발하지 못한 고유한 제품, 예를 들어 스팀 청소기, 녹즙기 등 건강·환경과 관련된 제품을 얼마나 잘 개발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TV와 대형가전 부문은 국내 대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위상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 중소 가전 업체다. 이들은 자체 브랜드가 없다. 중소형 가전이 뛰어난 기술력을 뽐내기에도 한계가 있는 부문이다. 외산 기업인 밀레와 필립스는 대형가전보다는 중소가전 제품에서 브랜드력을 우위로 삼아 점유율을 늘려 나가고 있다. 밀레도 가전의 미래를 스마트 홈으로 판단하고 지난해부터 ‘가전의 연결’을 지속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중소가전 업체는 자체적 플랫폼을 만들기 어려우니 대기업 플랫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미래 생존의 길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원은 “가전은 원가 경쟁력 싸움이기 때문에 중국을 이기기 어렵다”며 “최근에는 돌파구를 찾으려고 기업들이 가전에 매달리지 않고 커넥티드 사물인터넷(IoT) 기반을 추구하며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데 큰 틀에서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박영주 KEA 전자산업팀 과장은 “가성비는 중국을 이기기가 힘들다”며 “디자인과 기능 부가가치에 신경 써서 내놓아도 금세 카피 제품이 나오니 중국 기업에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부 기관에서 단순 신기술이 아닌 중소가전 수출향 제품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있다”며 “중소 업체는 국가별, 제품 기능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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