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히라 아이코’는 인간과 가까운 로봇을 구현하기 위한 도시바 노력의 산물이다. 도시바 로봇 기술과 정부 로봇 진흥책이 만나 일본 로봇 산업을 이끌고 있다.”
도쿠다 히토시 도시바 연구개발(R&D)부문 마케팅전략실 수석은 ‘세상에서 가장 인간과 닮은 로봇’ 아이코를 이같이 소개했다. 로봇 전문가인 도쿠다 수석은 아이코 탄생과 이후 능력 개선을 이끌고 있는 ‘아이코의 아버지’다.
그를 일본 가와사키시 도시바 고무카이 콤플렉스에서 만났다. 지난해 9월 1일 아이코가 태어난 곳이다.
그는 아이코가 처음에는 녹음된 음성만 반복할 수 있었지만 기술 발전에 힘입어 스스로 상황을 파악해 대화하는 ‘상호작용형 로봇’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내 아이디어를 모아 개발된 아이코 이름은 도시바 로봇의 미래상을 보여준다. 지히라는 일본어로 지구와 평화를 뜻하며 아이코는 아이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의 결합어다. 비록 100% 완벽하지 않지만 향후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도쿠다 수석은 인터뷰 내내 아이코를 ‘사물(It)’이 아닌 ‘그녀(She)’로 지칭했다.
아이코는 지난 4~5월 도쿄 니혼바시 미쓰코시백화점 본점에서 16일간 안내원으로 일했다. 1층 안내데스크에서 4만명을 응대하며 각종 정보를 제공했다. 6월에는 ‘도쿄 IP컬렉션 2015’에서 도시바 발전과 미래상을 소개했다.
도쿠다 수석은 “대중은 더욱 자연스러운 모습을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간혹 놀라는 반응이 있었지만 대부분 아이코에 친근함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아이코는 공공시설, 국제행사는 물론이고 11월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도 활약할 계획이다.
아이코는 기계와 닮지 않았다. 43개 공기 압력식 동작 생성장치에 의해 몸동작을 표현한다. 이 중 15개가 얼굴에 집중돼 자연스러운 표정 변화를 구현한다. 도쿠다 수석은 “사람 팔꿈치와 같은 신체 각도와 속도 등을 계산해 반영했다”며 “아이코 몸을 움직이는 데는 센서와 같은 기계적 장치가 적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시바에게 아이코는 200년 로봇 개발의 성과다. 19세기 다나카 히사시게 창업자가 만든 태엽 동력의 ‘활 쏘는 소년’이 도시바 로봇의 시초다. 공장 자동화 설비를 개발하며 얻은 손 기술에서는 회전각도, 관절 등 여러 노하우를 확보했다.
로봇 활성화를 위해 보급에도 속도를 낸다. 도시바는 현재 대당 수천만엔인 아이코 가격이 2020년 500만엔으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같은 기간 각각 10대, 100대, 1000대, 1만대로 보급을 늘린다는 목표다. 소프트뱅크 ‘페퍼’도 가격을 20만엔 미만으로 낮춰 보급에 성공할 수 있었다.
로봇에 대한 일본 정부와 아베 신조 총리의 강한 육성 의지도 힘이다. 일본 총무성은 ‘스마트 네트워크 로봇’ 사업에 기업 참여를 장려하고 자금도 지원한다. 아베 총리는 “일본을 로봇활용 선도국으로 만들겠다”며 2012년 8600억엔이었던 일본 로봇시장을 2020년 2조4000억엔으로 키울 것이라 공언한 바 있다.
도쿠다 수석은 “아이코가 요리를 하고 카지노 딜러로 활동하는 것을 보는 게 꿈”이라고 강조했다. 단순 서비스 업무를 로봇이 대신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로봇은 인간과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아이코 운용 정보를 모아 분석해 하드웨어(HW)뿐만 아니라 관련 정보,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SW) 가치도 연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와사키(일본)=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