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인터넷 이버즈 - 김태우 기자] 아이폰에는 번호 차단 기능이 있다. 스팸 번호를 미리 등록해 두면 전화와 문자 수신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분명 유용한 기능이지만, 문제는 스팸 업체들도 영악해져서 전화번호의 마지막 4자리 수만 바꿔가면서 전화를 한다는 점이다. 번호가 달라지니 오늘 번호를 차단해도, 내일 스팸 전화는 어김없이 온다. 혹시나 중요한 전화일까 받았는데, 역시나 스팸일 때의 짜증은 무엇으로도 보상되지 않는다.
그런데 안드로이드에는 이런 걸 보완해 주는 앱들이 몇몇 있다. 전화가 오면 앱이 먼저 그 번호를 확인해 스팸 여부를 확인한다. 스팸 번호 데이터베이스는 앱을 쓰는 사용자가 힘을 보탠다. 즉 해당 번호를 사용자들이 스팸으로 등록하면, 이것이 수집되어 스팸으로 분류하게 된다. 집단 지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스팸을 효과적으로 파악해 주기에 무척 유용한 서비스이지만, 아쉽게도 이런 유의 서비스는 아이폰에서 쓸 수가 없다. 보안을 중요시하는 아이폰의 특성상 전화나 메시지 수신 시, 전화번호 정보를 다른 앱에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아이폰 사용자도 효과적으로 스팸 전화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KT가 8월 26일 아이폰용 ’후후 스팸 알림’을 내놨기 때문이다. 후후는 KT CS에서 2013에 내놓은 안드로이드용 스팸 정보 앱이다.
아이폰용 후후가 눈길을 끄는 것은 구현 방법이다. 안드로이드처럼 앱을 설치할 필요 없으며, 서비스 신청만 하면 이용할 수 있다. 이후 스팸 전화가 오면 아이폰 수신 화면에 스팸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스팸 신고는 몇 건 받았고, 어떤 내용의 스팸 전화인지가 나오는 것. KT 측에 따르면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스팸 정보를 아이폰 수신화면에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후후 스팸 알림이 유일하다고 한다.
KT는 어떻게 아이폰 수신 화면에 스팸 정보를 띄울 수 있을까? 이는 CNAP(Caller Name Presentation)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CNAP는 발신자의 식별 이름을 제공하기 위한 기술 표준 규격으로 iOS는 8 버전부터 이를 지원한다. 전화가 오면 후후의 데이터베이스에 번호를 대조한 뒤 해당 정보를 CNAP 기술을 사용해 아이폰 화면에 띄우게 된다.
사용에는 약간의 제약이 있다. 일단 iOS 8.3 이상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CNAP는 iOS 8부터 지원되긴 하지만, 8.3 버전부터 최적화가 되었기 때문에 여기에 맞췄다는 것이 KT의 설명이다. 유심 기변 사용자도 이용할 수 없다. 아이폰을 KT가 아닌 해외나 애플 홈페이지 등에서 구매한 자급제 모델이라면, 확정 기변을 먼저 받아야 한다. 즉 아이폰이 KT 전산에 등록되어 있어야 후후를 이용할 수 있다.
스팸번호가 아닌데, 아이폰 후후에서 스팸 정보를 띄워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엔 번호를 저장하면 된다. 그럼 저장된 정보가 뜬다.
아이폰에서도 앱 없이 후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안드로이드폰에서도 동일하게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 하지만 KT는 안드로이드에서는 앱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앱에서 더 다양한 기능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국내 휴대전화 이용자 중에서 스팸 전화를 받아보지 않은 이는 없을 테다. 이미 개인 정보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공재가 되어 버렸고, 스팸은 근절될 기미가 없다. 이번 아이폰용 후후는 iOS 보안 정책으로 그동안 효과적인 스팸 필터링을 할 수 없었던 부분을 제대로 긁어준 서비스다. KT 아이폰 사용자라면 신청 안 할 이유가 없다. 물론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