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현 기술 우위를 감안할 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투자 시점을 놓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시각차가 있을 뿐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액정표시장치(LCD)에서 OLED로 투자전환을 선포했다. 향후 3년간 OLED를 중심으로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래 성장을 위한 돌파구로 OLED를 택한 것이다. 투자는 대면적 및 플렉시블 OLED 확대와 사이니지 등 신시장 개척을 위한 OLED 분야에 대부분 집중될 전망이다. 초대형 UHD(초고화질) TV에 쓰이는 LCD 투자도 포함돼 있지만 우선순위를 OLED에 뒀다.
앞서 한 달 전에는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 플렉시블 OLED 라인 신설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OLED가 향후 디스플레이 시장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OLED 패널은 곡률 반경에 따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쓰일 수 있는 신시장 개척에 용이하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중소형 OLED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플렉시블 OLED 전용라인인 A3 1단계 가동을 시작했다. 기존 A2 라인 일부를 플렉시블 OLED 장비로 전환하는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회사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HMD(Head Mount Display) 등이 미래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집중 투자하고 있다.
대형 OLED 관련해서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 LCD 산업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맞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 회사는 중국 BOE보다 큰 기판인 10.6세대 공장 설립을 추진한다. 10.6세대에선 한 장의 마더글라스에서 75인치 6컷, 48인치 12컷, 43인치 18컷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면취효율이 높다. 이로써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추격을 따돌려 초대형 LCD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쟁 업체인 LG디스플레이가 주도하고 있는 OLED TV 진영도 견제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7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정부도 할당관세 적용 등 업계의 OLED 투자 바람에 힘을 보탰다. 올해 하반기 할당관세 규정안에서 OLED 설비기자재 4개 품목에 관세를 없앴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중국 추격에 시의적절한 대응 전략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거대 내수 시장을 갖춘 중국을 이기겠다는 생각보다는 제휴를 바탕으로 한 상생 전략 마련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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