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발광다이오드(LED) 업계가 장기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다. 상반기 LED 업체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업체와 중국 업체 사이에서 국내 LED 산업이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채 ‘계륵’ 신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LED 칩·패키지 업체 하반기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 내수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하반기로 갈수록 값싼 중국산 LED와 글로벌 제품 공습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주요 LED 업체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LG이노텍 LED 사업부는 지난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0% 줄어든 매출액을 기록했다. 서울반도체는 2분기 매출 2448억원, 영업이익 57억3200만원을 기록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 56% 감소했다. 루멘스는 TV용 LED 단가 인하와 휴대폰용 LED 매출 부진 등으로 2분기 매출액 64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37.7% 감소한 수치다.
하반기에도 하락세를 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LED 업체가 지속적으로 물량 공급을 늘리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 정부 지원이 끊어질 것에 대비해 대규모 장비 투자에 나섰던 중국 업체가 올해 하반기나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나설 예정이라 이들 업체를 중심으로 한 물량 공세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하락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조명 업체 신제품 출시 등도 이어지면서 국내 LED 제품이 설 자리는 점점 줄고 있어 단기간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수익성 악화가 극심해진 LED 대기업이 실적 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대대적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며 “버티기 힘들어 하는 업체가 많아 올 연말을 기점으로 국내 LED 업계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내년 하반기를 지나서는 LED 먹구름이 서서히 걷힐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중국 생산 확대 전략이 한계점에 도달했고, 자동차 등 신규 LED 조명 시장이 개척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극심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수 업체는 향후 큰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는 “향후 1~2년간 LED 시장이 크게 요동치며 재편될 것”이라며 “살아남은 업체만이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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