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수출품목 1위로 수출 효자인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잇달아 국내 생산기지 확충에 나섰다. 과거 10개가 넘는 D램 제조사가 경쟁했지만 두 차례 반도체 치킨게임을 거쳐 3강 구도로 좁아졌고 중국 도전이 유력해지면서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잇달아 대규모 반도체 팹 건설을 발표한 것은 첨단 미세공정 제품을 빠르게 대량 양산해 적기에 시장에 공급하기 위한 전략이 주효하다. 팹을 가동해도 당장 대량 양산할 정도로 수율을 빠르게 안정화하는 게 힘든데다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수율 문제는 발목을 잡는다. 미리 설비 인프라를 갖춰 제품 양산까지 드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경기도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을 발표했다. 향후 40년을 내다본 반도체 전진기지로서 기존 기흥·화성을 잇는 ‘삼성 반도체 밸리’로 조성할 방침이다. 단일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로는 사상 최대인 15조60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17년 가동을 목표로 세웠다.
평택 반도체 단지는 축구장 400개 넓이로 총 부지면적은 289만㎡(약 87만5000평)에 달한다. 기존 기흥·화성 단지를 합친 규모(약 300만㎡, 91만평)와 맞먹는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5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신규팹 M14 준공식을 열고 이 생산라인에 15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별도로 경기도 이천과 충북 청주에 각각 1개씩 총 2개 공장을 구축하는데 향후 10년간 3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3분기 가동을 시작하는 M14는 단일 건물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총 6만6000㎡(2만평, 한층 당 3만3000㎡) 2층 구조다. 면적은 축구장 7.5개에 달한다. 월 최대 웨이퍼 처리량은 300㎜ 기준 월 20만장 규모다.
SK하이닉스는 생산력을 확보해 시장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에 일찌감치 나섰다. 설비 투자비가 부족해 신기술을 개발해도 실제 제품으로 양산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던 과거 한계에서 탈피해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겠다는 전략이다. ‘만년 2등’이 아닌 선두 도약 꿈을 담았다.
SK하이닉스는 이미 한 차례 선제적 투자로 경영난을 딛고 재기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12년 반도체 업계 불황일 때 이례적으로 10% 예산을 늘려 시설 투자를 집행했다. 당시 과감한 투자는 실적을 흑자로 전환하고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효과로 돌아왔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