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민간발전사 ‘소통 한자리’…오랜 갈등 벗고 협력 첫걸음

앙숙이던 한국전력과 민간발전사 대표들이 나주혁신도시에 모였다. 긴 갈등을 풀고 협력을 약속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여서 앞으로 공동행보에 관심이 더 쏠린다.

한전-민간발전사 ‘소통 한자리’…오랜 갈등 벗고 협력 첫걸음

민간발전협회는 27일 나주 한국전력 본사에서 조환익 한전 사장과 12개 민간발전협회 회원사 대표 간 만남을 가졌다. 전력판매사업자인 한전과 전력생산자인 민간발전사 사장단이 한자리에 앉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한국전력과 민간발전협회는 공동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빛가람 에너지밸리 투자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력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을 공동모색하고, 전력·발전산업 생태계 구축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에너지밸리 투자협약에는 SK E&S, 포스코에너지, GS EPS, GS동해화력 등 4곳이 참여했다. 나머지 민간발전사는 한전과 개별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지원 등 방법을 통해 빛가람 에너지밸리 사업에 동참, 강소기업 육성 등 에너지신산업 분야에 선도적 역할을 해나갈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공동사무소를 에너지밸리에 설치할 예정이다.

이번 만남은 ‘소통의 달인’으로 정평이 나있는 조환익 한전 사장 제안으로 성사됐다. 본사 나주 이전을 계기로 새롭게 바뀌는 한전 모습을 업무상 밀접도가 높은 민간발전사와 공유하겠다는 조 사장 의지가 반영된 행보다. 최근 전력수급 여건이 좋아지면서 발전소 가동률과 수익하락을 겪고 있는 민간발전사 상황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한전과 민간발전업계는 이번 협약으로 상호 관계가 비즈니스 대상에서 동반자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민간발전업체 관계자는 “민간발전사의 안정적 사업환경 조성을 위해 다방면 검토가 있을 것”이라며 “한전과 협약 실행을 위한 워킹그룹을 운영해 협력 분야별 주요사항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표/한국전력-민간발전사 협력 내용

[뉴스해설]오랜 갈등 뒤로하고 소통의 첫 만남

한전과 민간발전사 사장단 만남은 화해와 협력을 위한 첫걸음 성격을 갖는다. 그동안 한전과 민간발전사들은 서로 다른 가치를 놓고 대립해 왔다. 전력도매시장에서 발전사 전력을 구매해야 하는 한전은 구입비 절감을 위해 노력해왔고, 반대로 민간발전사는 전력판매비 상승을 요구해 왔다. 발전공기업이 있지만 이들은 한전 계열사로 전력시장 관련 불만 표출은 민간발전사들이 주도해 왔다.

2011년 순환정전 이후 국가적 전력수급 위기가 찾아오며 전력도매가격이 급등하자 양 진영 갈등은 최정점을 찍었다. 누적부채에 정책상 도매요금 상승분을 실제 전기 소매요금에 바로 전가할 수 없었던 한전은 도매시장에서 구매비용을 줄이는데 집중했고, 도매요금 상한제, 민간석탄화력 정산조정계수 적용 등이 논의되면서 갈등은 심화됐다.

아직도 한전과 민간발전사 사이에는 애증의 앙금이 남아있다. 지금은 전력수급이 안정되면서 도매가격이 하락하고, 한전 경영구조는 좋아지고 반대로 민간은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민간발전업계는 이번 모임을 계기로 한전이 발전업계 수익구조에 대해 문제를 공감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이번 만남에서 해외시장 공동 진출과 에너지밸리 투자지원 이외에 두 가지 감춰진 논의사항이 있다. 첫 번째가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 뜀뛰기하는 민간발전 수익구조고, 다른 하나는 신규발전소 송전망 연결 문제다. 두 이슈 모두 지금 민간발전사가 걱정하는 핵심 사안이다.

양측 만남이 전력시장 수익구조와 송전망 문제 해법을 당장 해결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단순히 일부 요금을 올리고 송전망 건설 체계를 바꾸는 것을 넘어 국가경제와 지역주민 여론 문제가 결부됐기 때문이다.


다만, 민간발전사 고민을 함께하는 것에 한전이 손을 먼저 내민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더 이상 갈등이 아닌 동반자 입장에서 문제 풀어가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전-민간발전사 ‘소통 한자리’…오랜 갈등 벗고 협력 첫걸음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