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와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 추이를 반영해 외국인투자 제한 업종을 손본다. 통신·방송·발전 등 민감 산업,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업종 개방 확대를 놓고 첨예한 공방이 예상된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에 규정된 외국인투자제한업종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관계부처 협의를 다음 달 시작한다.
외투제한업종제도는 해외 자본 과다 유입으로 인한 국내 산업 종속을 막고자 특정 업종에 한해 외국인 지분율을 제한한다. 유선·무선·위성 등 통신 분야를 비롯해 방송·미디어(라디오·지상파·프로그램공급·신문 등), 발전(원자력·수력·화력 등) 등 30여개 업종이 제한 대상이다.
산업부가 외촉법에 근거해 외투제한업종제도를 운용한다. 업종별 외국인투자 허용기준은 소관부처가 담당한다.
정부는 외투제한업종제도가 취약했던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국가 기반시설 해외 종속을 막는 데 기여했지만 최근 대내외 여건 변화에 맞춰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국가 간 투자·교역장벽이 점점 낮아지는 상황에서 일부 업종의 지나친 투자 제한이 오히려 해당 산업 발전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FTA 확대로 관련 법령과 실제 투자 허용요건이 상이한 사례도 생겼다. 통신업은 외촉법에서는 외국인 지분율 기준이 49% 이하지만 한미, 한EU FTA 투자규범에서는 제한이 없다.
산업부는 미래창조과학부·문화체육관광부·국토교통부·방송통신위원회 등과 곧 관계부처 협의를 진행한다. 외부 전문기관과 외투제한업종제도 개선 연구를 병행한다. 연말 기본 방향을 도출하고 내년 상반기 구체화에 들어간다.
제도 개선 작업은 순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투자 제한 업종 가운데 통신·방송·발전업처럼 민감도가 큰 업종은 신중론이 여전하다.
중국이라는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도 중국 자본이 국내 산업 투자를 늘려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에 우려가 크다. 민감 업종에 ‘차이나머니’가 몰려드는 것은 정부와 산업계 모두 부담 요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한중 FTA 협상 시 외국인투자 제한을 현 외촉법 수준으로 유지했다.
관계부처 협의가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큰 그림 차원에서는 외국인투자를 늘리려면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맞다. 세부 업종을 담당하는 소관부처 각론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총괄부처와 소관부처, 업종별 이해단체 의견이 엇갈릴 공산이 크다.
정부는 2008년에도 한 차례 외투제한업종제도를 손질하려 했지만 각계 이해관계가 엇갈려 검토 작업에 그쳤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부 외투제한업종 제외를 포함해 전체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라며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자 관계부처와 충분히 협의해 발전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표] 주요 외국인투자제한 업종 및 기준
자료:관련 법령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