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에서 시작된 핀테크(Fintech) 열풍이 중국에서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IT기업이 모바일을 통해 금융시장으로 대거 진출하면서 시장규모는 물론이고 결제에서 대출, 자산운용까지 그 영역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현재 중국 모바일결제시장 규모는 2011년 12조원, 2012년 24조원을 거쳐 2014년 약 350조원으로 급성장했다. 작년 중국 전자상거래 2200조원의 15.9%, 중국 소매시장 4000조원의 8.7%에 해당한다. 10년 전만 해도 모바일결제가 전자상거래의 0.2~0.3%, 소매의 0.1%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가히 폭발적인 성장세다.
결제방식도 스마트월렛·앱결제·모바일카드·QR코드·NFC 등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빠르게 발전 중이다. 시장조사기관은 시간이 갈수록 이들 새로운 방식이 기존 결제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제뿐 아니라 모바일 대출도 활발하다. 올해 들어 매월 전월 대비 10% 이상 늘어나 연말까지 5000억위안(약 90조원)으로 작년보다 110%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모바일을 이용한 자산운용은 최근 1~2년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시장에선 결제자금을 활용하는 펀드만 150조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핀테크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알리바바를 보면 향후 중국의 핀테크 경쟁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알리바바는 1999년 기업 간 B2B모델인 알리바바닷컴에서 시작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B2C모델인 티몰, C2C모델인 타오바오, 기업거래에 소비자까지 택배로 연결한 B2B2C모델인 알리익스프레스, 온라인결제 알리페이, 온갖 정보를 제공하는 알리윈까지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구축했다.
알리바바 사이트에만 들어가면 온갖 거래가 원스톱 서비스로 이뤄진다. 알리바바닷컴과 타오바오 전자상거래는 80% 이상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결제는 대출 등 다양한 모바일 금융 비즈니스를 만들어냈다.
알리바바 핀테크 핵심은 2004년 시작한 전자상거래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다.
10년 만에 회원이 중국만 3억, 해외에도 5400만이나 된다. 알리페이 결제금액이 하루 평균 106억위안(약 1조2000억원)으로 중국 하루 소비액의 17%나 된다고 한다.
또 알리바바를 글로벌 핀테크 리더로 등장시킨 ‘위어바오’도 빼놓을 수 없다. 작년 6월 출시해 1년여 만에 가입자 9000만, 규모 100조원으로 늘어나 MMF(Money Market Fund) 단일펀드로는 중국 1위, 세계 4위에 등극했다. 알리페이로 결제하고 남은 자투리 돈을 모아 운용하는 펀드라는 점이 놀랍다.
알리바바에서 시작된 핀테크 상품개발은 대형 인터넷포털과의 경쟁과 기존 은행 변화도 이끌어냈다.
중국 최대 인터넷업체인 텐센트는 회원 5억의 위챗에 주요 은행 계좌를 연동시킨 텐페이를 개발했고, 지난 1월에는 리차이퉁 펀드를 출시해 5조원 규모로 키웠다. 중국 검색업체 바이두도 작년 10월 말 바이파 펀드 출시 하루 만에 10억위안을 모았다.
이런 변화로 인해 지난 1월 중국 우체국은행은 인터넷은행 웨이보 등과 제휴해 모바일 서비스를 출시했고, 2월에는 베이징은행과 샤오미가 모바일결제 및 간편대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런 폭발적인 성장세는 국유은행 반발, 인터넷금융 보안이슈 등 제약에도 불구하고 10%에 달하는 소비 증가, 특히 빠른 온라인 소비 증가에 힘입어 향후 더 빠르게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핀테크는 해외진출과 M&A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최근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적극적인 M&A로 세계시장 진출 확대를 선언했고, 이는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기업을 통한 해외 유수기업 M&A 정책과도 상통한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핀테크지원센터장)는 “은행 등 금융기관은 IT업체 수익성과 편리함을 갖춘 금융상품과 경쟁하기 위해 신상품 개발에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적극적인 IT업체와 제휴를 모색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은행, 자산운용업계에 커다란 변화와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금융의 IT화, 거대한 인터넷금융기관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