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얼마 전 침수로 고장난 휴대폰을 고쳐줬던 사후관리서비스(AS) 엔지니어 기사였다.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객님께서 센터에 부품이 없어서 이튿날 재방문했다고 고객센터에 말했기 때문에 내가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생겼다. 다시 전화가 오면 그게 아니라고 좀 말씀해 주시라”는 말이었다.
상황은 이랬다. 지난주 휴대폰이 침수돼 터치패드가 고장났고 AS센터에 들렀다. 메인보드 역시 부식된 상태였지만 작동에는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엔지니어 기사가 “부식된 메인보드는 추후 사용하다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고, 이참에 모두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 교체를 부탁했다.
문제는 센터에 재고가 없었다. 임시공휴일인 8월 14일 금요일에 AS 센터는 문을 열었지만 부품을 운반해 줄 기사들이 쉬었던 것이다. 그래서 부품이 모두 동이 났고, 정작 17일인 월요일에 방문한 고객들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그 전날에는 장맛비가 쏟아져 침수를 당한 고객이 많은 상태였다. 재고가 없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돌아섰다.
이튿날 재방문해 말끔히 교체했다. AS 기사가 친절해 불편했지만 감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객센터에서 걸려온 전화에 이 사실을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재고가 없다’는 말을 사실대로 한 AS 엔지니어 기사에게 불똥이 튀게 생긴 것이다. 고객에게 사실을 말한 그 기사에게 왜 불이익이 가게 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기사는 “부품 재고 부족 문제 말고, 메인보드 오작동이 생기면 언제든지 방문하라고 말했던 것을 회사 측에 전달해달라”고 사정했다.
사후관리서비스를 받을 때 좋은 경험이 있는 고객은 로열티도 높다고 한다. 잠깐의 불편함으로 그쳤을지 모르는 AS 경험이, 본사의 전화와 정책 때문에 부정적 기억으로 남았다. 매번 AS 센터에 들른 이후 10점 만점에 10점을 누르라는 강요 아닌 강요를 받았던 기억까지 떠올랐다. 그렇게 얻은 AS센터 만족도 1위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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