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기업이 일자리 창출형 해외사업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공공기관 개혁 워크숍에서 해외사업을 통한 청년일자리 창출 계획이 나왔지만, 현실은 해외사업 비중을 오히려 줄여야하는 처지기 때문이다.
1일 관련 공기업에 따르면 신규 일자리 창출 취지로 신규 해외사업을 계획 중인 에너지공기업은 아직 없다. 오히려 기존 해외사업 지분을 줄이거나 일부 사업은 매각절차를 진행하면서 ‘거꾸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공기업이 해외사업을 줄이는 데는 공공기관 경영혁신 및 방만 경영 개선 목적이 가장 크다. MB정부 시절 해외자원 개발 실패 논란과 함께 공기업 방만 경영이 도마에 올랐고, 우선 혁신 대상으로 해외사업 정리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부터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3대 자원 개발 공기업을 필두로 해 한국전력 등 발전 공기업까지 주요 해외사업에서 잇따라 철수했다. 자원개발, 화력발전소 건설, 신재생에너지 단지 구축, 바이오매스 연료 수급 등 이미 철수한 사업도 여럿이고 일부 공기업은 해외사업 지분 매각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2년 넘게 ‘해외사업’ 또는 ‘글로벌 신규사업 개발’을 금기시해왔던 공기업이 당장 닥친 정부의 일자리 창출 명분으로 이를 다시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기존 방식 광구 개발이나 발전소 건설 등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는 현 정부 임기인 2~3년 내 추진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인력창출 효과가 가장 높은 사업이지만 추진과 동시에 방만 경영·억지 투자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해외 발전소나 송변전 설비에 대한 운영이나 유지보수 사업 진출 등 파견업무 분야에서 가능성을 보고 있다.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 신규 건설 사업이 아니어도 현지 전력시설 운영 대행 등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공기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운영이나 유지보수 사업의 경우 최소한 인력을 파견하고 현지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많은 일자리를 새로 만들기는 부담스럽다는 시각이 강하다. 유지보수·설비 관리는 일종의 기술연한이 있는 기술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업무라 정부가 요구하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는 성격이 다른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각에선 경영혁신이나 일자리 창출이 해외사업과는 상호 대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자리 창출형 해외사업에 대한 정부의 별도 주문이 나오지 않는 한 공기업이 가시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한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는 “아직 정부나 국회도 해외사업에 대한 시각이 좋지 않고 실제 경영평가에서도 해외사업 지분 정리가 성과로 여겨진다”며 “해외사업에 대한 입장 전환이나 가이드라인이 정부 차원에서 나오지 않는 이상 공기업이 먼저 나서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
조정형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