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국가 중 전체 차량 대비 전기차 점유율이 14.6%로 가장 높은 나라 노르웨이. 정부 보급이 시작된 지 6년 만에 국가 전역에 약 6만대 전기차가 다니고 올해 신규 등록 차량 5대 중 1대 이상이 전기차일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노르웨이는 전기차 보급에 큰 걸림돌이었던 일반 내연기관차 대비 비싼 차 가격과 주행거리 한계, 충전인프라 부족 등을 단계적으로 극복해냈다. 전기차 보급 초반부터 물량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정부 단계별 정책에 다른 국가와 산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노르웨이의 파격적 정책으로 인한 폐해를 반면교사 삼아 B2B 시장부터 전기차 보급 확대를 꾀하고 나선 덴마크 사례도 있다. 노르웨이·덴마크 등 북유럽 전기차 보급현장을 찾아 우리 문제와 해결대안을 찾아봤다.
◇‘채찍과 당근’이 통했다
세계 1위 전기차 보급률은 노르웨이 정부의 파격적인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산화탄소 배출 등 국가 환경오염 원인 60%를 차지하는 교통 환경 개선에 승용 전기차를 우선으로 선택했다. 소비자는 차량 구입비 절반에 해당되는 세금 감면 혜택을 받으며 전기차를 택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글로벌 시장에서 상용 전기차가 극히 드물었던 1990년 전기차 수입세 면제를 시작으로 1996년과 1997년에 전기차 등록세, 유료도로 통행료 등 감면 정책을 잇따라 시행했다. 이후 전기차 운전자에게 친환경 실천 자긍심 부여와 함께 차별화된 혜택을 부여하기 위해 전용번호판과 공공주차장 무료 이용을 단계적으로 시행했다.
이어 2002년부터 차 가격 25%를 차지하는 부가세 면제와 버스 전용차선 진입 허용, 페리선 이용요금 무료 등을 실시했다. 물질적 혜택뿐만 아니라 이용자 편리성까지 고려한 우대 정책을 내놨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한 2009년 이전에 이미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한 점이 돋보인다. 정부가 자동차 메이커보다도 한발 앞서 움직인 셈이다.
실제 노르웨이에서 전기차를 구매하면 동급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서 구매할 수 있다. 폴크스바겐 전기차 ‘e골프’ 소유 비용은 순수 차량 가격인 3만3200달러지만 같은 제조사 ‘골프’를 구매하면 등록세와 부가세를 포함해 3만7600달러가 필요하다. 차량 가격 2만4000달러에 50%(1만3600달러) 이상이 세금으로 붙는다. 차 가격이 4만3600달러인 볼보(XC60 T6 모멘텀)를 구매하려면 세금을 포함해 12만8000달러를 내야한다. 차 가격의 무려 3배에 달할 만큼 많은 세금이 부과된다. 반면 전기차에는 이 같은 세금이 전혀 부과되지 않는다.
노르웨이 전기차엔 세제 혜택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기차 충전기가 포함된 전용 주차장이 시내 곳곳에 무료로 운영된다. 장소에 따라 하루 6~16시간 무료 주차이고 정부가 부여한 전기차 ID를 소지한 운전자면 누구나 무료 충전까지 할 수 있다. 순수전기차(BEV)는 주차·충전 모두 무료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는 충전만 무료다. 순수 전기차 보급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노르웨이는 전기차 보급수는 올해 3월 5만5000대를 넘어섰다. 이중 BEV가 79%, PHEV가 21%다. 자국 내 전기차 점유율 14.6%(2014년 기준)로, 유럽 2위 네덜란드(4.2%)에 크게 앞선다. 유럽 시장만 따져도 노르웨이 전기차 점유율은 31%에 달한다.
노르웨이 정부는 당초 목표치를 이미 달성했다. 2017년까지 전기차 5만대 보급 목표를 2015년 초에 조기 달성함에 따라 지금까지 모든 정책적 지원을 2015년에서 2017년 이후까지 연기했다.
이와 함께 친환경 정책목표도 과시적 성과를 냈다. 올해 1분기 노르웨이에서 판매된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당 약 93g로 유럽 평균(138g/km)과 비교해 20% 이상 낮다. 노르웨이 정부는 올해 85g/km까지 떨어뜨린다는 목표 달성을 자신한다.
◇전기차 수와 충전소 수는 비례하지 않았다
노르웨이 전기차 보급에 따른 전기차 충전소 수요는 크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구매 시 가장 큰 걸림돌로 제기돼 온 충전인프라 부족은 문제되지 않았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는 780개 충전소가 있다. 일부 중속충전기(20㎾급)를 제외하고 대부분 완속충전기(7㎾)다. 오슬로에만 약 2만대 전기차가 보급됐지만 급속충전기(50㎾)는 찾아 볼 수 없다. 전기차 운전자별 가정용 충전기와 전체 보급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780개 충전소로 2만대 전기차가 운행하는데 문제 없었다는 게 오슬로시 관계자 설명이다.
오슬로 시 관계자는 “지난해 오슬로 전기차 수는 112% 늘었지만 충전소 중가는 29%에 불과했다”며 “예상과 달리 전기차 이용자들은 집밖에 공용 충전소 사용 요구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전기차 이용자가 늘면서 주행거리·충전인프라 부족 등 우려 보다는 전기차 친환경성이나 유지비 절감에 따른 긍정적 평가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연스러운 사용 확장 단계에 이미 진입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노르웨이 전기차협회가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 운전자 34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반차량 운전자 62%가 전기차 충전소 접근을 우려한 반면, 전기차 이용자 22%는 충전소 불편함을 제기했다. 실제 전기차 운전자의 충전인프라 부족에 대한 불편함은 사실상 크지 않다는 증거다.
다만 오슬로 시는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와 장거리 이용자를 고려해 올해 급속충전기 100기를 포함해 완·중속충전기 400기를 추가 설치에 나설 계획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전기차 개별 이용자에게 충전기 무상 보급 지원을 하지 않고 공공시설물 충전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부처 간 협력은 우리도 배워야
당초 보급 계획을 조기에 달성한 노르웨이 전기차 보급 정책은 과감한 세금 지원책뿐만 아니라 관련 정부 부처 간 협업을 통한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핵심으로 작용했다. 노르웨이 전기차 보급은 기후&환경부로 일원화됐다. 전기차 보급에 따른 세제 혜택이나 충전인프라 구축이나 도로 환경 등 우리나라로 치면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협조 없이 정책을 실현할 수 없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정부가 정한 목표대로 기후&환경부가 주도로 관련 주무부처 간 협의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크게 전기차 보급과 도로·교통 환경, 관련 산업 등 산발적으로 흩어진 우리나라와 상반된 모습이다.
때문에 지자체별 정책 협조도 단순화시켰다. 이 결과 오슬로뿐 아니라 베르겐(1만3826대), 중부 트론헤임(4343대), 북부 트롬쇠(1878대) 등 도시 인구수와 비례해 골고루 전기차 사용자가 분포돼 있다. 제주도와 서울에 밀집돼 있는 우리나라 사정과 크게 달랐다. 노르웨이 기후&환경부가 전국 도시 별로 교통체증이나 대기오염 등을 실시간 관리하고 지자체 요구에 따라 전용차로 부과도 가능하도록 한 협력체계까지 잘 갖춰져 있다.
스베이눙 안드레 끄발로(Sveinung Andre Kvalo) 기후&환경부 선임 자문관은 “노르웨이는 북해유전을 보유한 산유국임에도 친환경 자연보존을 위해 2020년까지 탄소 배출량 30% 감축 목표 달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이를 위해 전기차 보급에 관련 부처뿐만 아니라 지자체나 주유업계 등 관련 산업계가 모두가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유럽 최대이자 세계 6위 수력발전 생산국으로 330여개 수력발전용 댐을 보유하며 전체 전력의 90% 이상을 수력발전으로 생산한다. 전국 1602개 주유소가 있지만 전기차 보급에도 주요소가 줄지는 않고 있다. 전기차 충전인프라는 지자체 소유로, 글로벌 전력회사 포텀이 15%, 나머지는 민간컨소시엄이 참여해 구축·운영한다. 정부 소유 충전소 주차와 충전요금은 2017년까지 무료지만 대형 쇼핑몰과 레스토랑 등 민간 사업자 유료 사업도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오슬로(노르웨이)=
<노르웨이 전기차 보급 활성화 주요 정책 (자료 : 노르웨이 기후·환경부)>
<노르웨이 전기차·내연기관 차량 구매에 따른 비용(자료 : 노르웨이 전기차협회)>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