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행복한 빵집아저씨, 인디오븐 화곡점 문병옥 대표
“인디오븐이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빵집 아저씨가 되고 보니 일상의 행복이 뭔지 알 것 같습니다. 숨 가쁜 리듬으로 살아왔는데, 이젠 달콤한 빵 한 조각을 천천히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착한 빵집 인디오븐을 만난 덕분입니다.”
평생 마케팅 전문가로 살아오다 쉰을 넘긴 나이에 빵집 주인으로 변신한 인디오븐 화곡점 문병옥 대표(54세)는 요즘 웃음이 헤퍼졌다. 출근길에도 싱글실글, 가게 문을 닫을 때도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는 젊은 시절을 현장에서 발로 뛰는 영업맨으로 보냈고, 지난 해 퇴직을 결심하기 전까지는 중견업체 임원으로 누구보다 바쁘게 일했다. 그러다가 화곡동의 작은 빵집 인디오븐을 오픈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잘나가는 경영자에서 빵집 아저씨로 변신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갑작스런 허리 통증이 찾아와 걷지도 앉지도 못한 채 병원신세를 진 적이 있습니다. 휴가를 내고 꼼짝없이 병원 천정만 바라봤죠. 요즘은 100세 시대니까 이제 겨우 전반전 끝나고 ‘하프 타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이 단맛, 쓴맛, 짠맛, 매운맛 다양한 경험의 연속이라면, 인생 2라운드는 되도록 달콤하게 살고 싶더군요.”
퇴원 후 시장조사만 6개월을 다녔다. 삼겹살 체인점부터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스몰비어 주점까지 동네상권을 꼼꼼하게 분석해 봤다. 빵집만 해도 파리바게트, 뚜레쥬르 같은 유명 브랜드를 다 훑었다. 관심 있는 점포 앞에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드나드는 손님을 수를 세어 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500원 빵집으로 입소문이 난 인디오븐을 알게 됐다.
워낙 가격이 반값이라 맛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체면불구 일면식도 없는 남의 가게 손님들을 붙잡고 물어보니 인디오븐 어느 점포나 유명빵집보다 맛있다는 평이 많았다. 분당 평균 손님 수를 세어보니 경쟁력이 충분하겠다 싶었다.
“인디오븐이 왜 착한 빵집인지 알겠더군요. 퇴직금을 올인 할 각오를 했었는데, 예상했던 투자금의 절반으로 화곡동에 가게를 열었습니다.”
문대표의 생각대로 맛있는 빵과 실속있는 가격은 알뜰주부들에게 통했다. 빼곡하게 쌓인 빵만큼 단골이 늘어나면서 매출도 쑥쑥 올랐다. 가장 맛있는 빵이 뭐냐고 묻자 고민하지 않고 쉬폰빵이라고 말한다. 아이들 손을 잡고 오는 동네 아주머님들이 있으면 가장 먼저 권하는 빵이란다. ‘촉촉하고 입에 넣으면 사르르 물결치며 저절로 넘어가는 빵’이라 혀로 맛을 음미하는 순간엔 저절로 눈을 감게 된다고. 아무리 빵집 주인의 자화자찬 이라지만 과장이 심한 거 아니냐고 묻자 정색을 한다. 제빵사가 갓 구워낸 빵맛은 대량생산한 냉동케익을 버젓이 파는 일부 유명빵집과는 비교가 안된다는 설명이다.
중년의 손님들은 “어릴 때 동네 빵집에서 먹었던 맛”이라며 좋아들 한다. 깨찰빵, 국진이빵 등 이름도 구수하다. 단팥빵과 슈크림빵은 달콤한 추억의 맛이다. 양파크림과 고로케는 엄마들이 많이 찾는다. 바삭하게 잘 튀겨진 도너츠류는 아이들에게 인기다. 미니버거나 삼각샌드위치는 간식으로 잘 나간다. 대중적인 빵은 500원짜리도 많아 만원이면 봉지에 넘칠 만큼 빵을 골라 담을 수 있다.


근처 어린이집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기본 메뉴를 정해 피자빵, 식빵피지, 소시지도너츠, 햄치즈토스트를 돌아가면서 사기기도 한다. 인디오븐 화곡점은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이들에게 안심한 먹거리로 소문이 난 덕분이다.
가격이 싸다고 맛을 걱정할 필요 없다고 문병옥 대표는 강조한다. 매장 안에서 매일 모든 빵이 시간대별로 구워지는데다, 양질의 재료와 정성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한다는 것. 그래서 수익은 어떠냐고 묻자 자신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오픈 6개월만에 왠만한 중견기업 임원 연봉을 따라잡았다는 것. 어느 유명빵집처럼 장사가 좀 된다 싶으면 불필요한 인테리어를 강요하는 법도 없고, 제빵사를 고용하는 문제도 본사 시스템으로 지원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없단다.
“대기업 입사가 인생의 보증수표는 아닙니다. 그래서 요즘엔 바늘귀 취업문을 뚫기보다 사업으로 성공하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지요. 이젠 실버세대들의 창업도 활발해 져야 한다고 봅니다. 저처럼 오십 초반에 시작한다는 건, 실버창업으로 치면 병아리 창업이죠 뭐.”
앞으로 빵과 아이스크림을 접목한 ‘아이스크림 빵’을 개발해 볼 생각이다. 아이스크림만큼 달콤한 인생 2막을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면서 문병옥 대표는 활짝 웃어 보인다.
위치 : 서을시 강서구 화곡동 100-5(화복본동시장 구길) / 02-2691-5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