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흔들리자 세계의 이목이 이머징마켓으로 쏠리고 있다. 중국 성장세에 가려진 잠룡 ‘인도’와 기회의 땅으로 재조명 받고 있는 ‘중동’, 통신과 전자상거래, 이러닝, 스마트시티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 국가들이다. 이들 지역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이미 포화 단계에 진입한 중국시장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ICT·에너지·서비스산업 수요가 잠재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 지역이나 국가에서 떠오르고 있는 산업분야와 시장을 살펴보고 우리 기업이 진출 기회를 점검한다.
[톱박스]
많은 인구와 경제발전 단계를 거치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가 가진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다만 주의할 점은 각국 경제발전과 ICT 인프라 구축 속도에 따라 당장 형성된 시장이나 단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컴퓨터 등 IT기기 보급률이 낮아 하드웨어 시장 수요가 크고 말레이시아는 상대적으로 IT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통신서비스나 소프트웨어(SW)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해 디지털 방송을 시작한 태국에선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동남아 각 국에 적합한 비즈니스 아이템이 무엇인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우리가 가진 ICT 노하우를 접목해 새로운 이머징시장 개척에 나설 때다.
◇2억5000만 인구, 평균연령 20대 젊은 인도네시아를 공략하라
인도네시아는 2억5000만명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평균 연령도 29.2세로 중국(36.7세), 한국(40.2세)과 비교해 월등히 젊다. 내수시장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동남아의 황금시장이다.
컴퓨터 등 IT기기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향후 경제성장이 지속된다면 IT기기 보급 확대에 따라 시장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인도네시아 IT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1.1% 성장한 170조루피아(121억달러)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체 IT시장에서 컴퓨터 하드웨어 판매가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 기업이 노려볼 만한 타깃은 현지 통신망 구축 프로젝트 추진에 따라 관련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광케이블, 동축 케이블, 선 접속 구성품 등이다. 인도네시아 내수시장을 타깃으로 한 전자산업은 양적·질적으로 시장 확대 중이므로 이 부분도 주요 공략 대상이다. 젊은층 한류 확산으로 시장 점유율이 늘고 있는 게임분야 역시 성공 가능성이 크다.
인도네시아 정부 5개년 중장기 개발계획(RPJMN 2015-2019) 추진에 따른 ICT 분야 프로젝트 활성화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인도네시아는 ICT 분야에 약 232억달러 규모 민관합동 프로젝트를 발주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내 연결성 향상을 위한 ICT 프로젝트가 5개 목표 아래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술라웨시, 말루쿠, 파푸아 지역을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공사 SMPC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국영 통신기업 ‘텔레콤’에 의해 진행 중이며 올해 말 완료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향후 단계적으로 타 ICT 프로젝트도 발주할 예정이어서 이 분야를 노려봄직 하다.
◇IT 인프라 우수한 말레이시아, 전자상거래 등 SW시장 노려라
말레이시아는 지속적인 IT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동남아 국가 중 비교적 우수한 사회기반을 갖고 있다. 인터넷 보급률 67%, PC 보급률 65%, 스마트폰 보급률 51%에 달한다. 일반 소비자층에도 온라인 구매가 늘고 IT가 보편화 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 차원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을 통해 IT산업 육성을 전략적으로 추진 중이어서 향후 지속 발전이 기대된다.
말레이시아 ICT산업은 올해 77억7000만링깃(212억달러) 규모로 전체 GDP 6.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최근 10년 사이 3배 이상 성장한 규모다. 지난해 기준 ICT 분야별로는 통신이 58.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컴퓨터 서비스(20.1%), 정보서비스(9%) 등이 뒤따른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2020년까지 고소득 국가 진입을 위해 5개년 경제발전 계획을 수립했으며 지난 5월 제11차 계획을 내놓았다. 제10차(2011년~2015년) 계획에서 IT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를 적극 추진했으며 11차 계획에선 이에 따른 인프라 개선효과를 긍정적으로 자체 평가했다. 11차 계획에서도 인프라 확충을 전략적으로 추진해갈 것으로 공언했으며 특히 인터넷 접근성 개선 등 디지털 인프라 투자 역시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 기업이 공략할 포인트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교육, 의료서비스, 전자정부 등 분야에서 정책적으로 IT도입을 장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면서 온라인 쇼핑몰 증가, 배달 서비스와 소비자 리뷰 온라인화 등 IT 환경이 대중화 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기업이 주의할 점은 말레이시아 정부조달 프로젝트에는 실질적으로 말레이계 기업을 통해서만 입찰을 할 수 있는 환경, 중국계 인구가 많아 중국기업들 네트워크와 경쟁해야한다는 것이다. 말레이어·인도어·영어·중국어가 통용되는 다문화 시장에 대한 전략 수립도 필요하다.
◇디지털 콘텐츠 수요증가 태국, 이통사와 협력해 시장 공략하라
태국 ICT 전체 산업 규모는 197억달러로 추정되며 이 중 통신시장 규모가 148억달러 내외로 전체 75%를 차지해 가장 크다. 소프트웨어는 전체 6% 내외로 11억8000만달러 규모이며 컴퓨터 하드웨어 시장은 37억5000만달러 내외로 19%를 차지하고 있다.
ICT 산업 중 비중이 가장 큰 통신분야는 3G·4G 이동통신 설비투자 확대, 디지털 방송 서비스 도입에 따른 방송통신장비 투자 등으로 지난해 5058억바트(160억달러) 규모로 8.4% 성장했다.
유선통신서비스 시장은 정체되거나 매년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주로 무선통신시장이 3G·4G 서비스 가입자 수 확대 등으로 시장 규모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3G 모바일 가입자 수는 5500만명 이상이며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시장 또한 급성장하고 있다. 향후 계획된 1800㎒ 및 900㎒ 주파수 경매가 이뤄지면 본격적인 4G 설비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태국에서 주목할 분야는 콘텐츠 시장이다. 태국 콘텐츠 시장은 지난 2013년 156억바트(5억달러)규모를 기록했으며 분야별로 이러닝이 64억바트(2억달러)로 가장 크고 애니메이션(47억바트), 게임(45억바트) 순이다. 성장잠재력은 게임산업이 가장 크며 다음으로 이러닝, 애니메이션 순이다.
태국은 지난해부터 디지털TV 방송을 시작해 채널 수 증가 등으로 디지털 콘텐츠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3G 이상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 수가 5000만명 이상을 기록하면서 모바일 콘텐츠 수요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11월 기준 태국 인터넷 이용자는 2600만명 이상, 모바일 메신저 라인 가입자 수 3300만명, 페이스북 이용자수 2800만명 등이다.
태국에선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 보급, 3G·4G 이동통신 서비스 확산에 따른 데이터사용량 증가 등 모바일 인터넷 접속이 주를 이루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 기업은 다양한 디지털콘텐츠 개발 경험을 활용해 태국 주요 이동통신사와 신사업 개발 협력을 할수 있는 기회가 많다. 또 사물인터넷(IoT) 보급 트렌드에 맞춰 태국도 센서 기술과 인터넷을 연결한 원격 통제 솔루션에 관심이 커지고 있어 이와 관련된 시장도 유망하다.
[소박스]
동남아 여러 국가를 관통하는 ICT 관련 사업 아이템으로는 ‘이러닝(e-Learning)’이 꼽힌다. 교육에 대한 수요는 동남아 국가 어느 지역에나 있고 이 지역 특성을 고려한 효율적 교육시스템으로 이러닝 만한 플랫폼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군도 국가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오프라인 교육시설이 지역별로 불균등하게 분포돼있다. 따라서 오프라인 교육서비스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인터넷 망을 활용한 이러닝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인도네시아 정부, 대학, 기업에서 학생, 직원 대상 교육을 위해 이러닝 서비스 도입이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e정부 계획을 수행하면서 그 일환으로 이러닝 도입을 적극 추진 중이다. 그 과정에서 인터넷 망, PC설비 등 보급이 부족한 것이 이러닝 확산에 장애가 되고 있으므로 이를 공략하는 것도 효과적일 듯 하다.
말레이시아도 정부 차원에서 이러닝에 투자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6억3000만링깃을 투자해 초중고 공립학교 공용 이러닝 플랫폼 ‘1베스타리넷(1BestariNet)’를 구축 중이다. 이 플랫폼은 말레이시아 교육부가 발주하고 YTL커뮤니케이션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로 말레이시아 내 1만여개 초·중·고에 4G 인터넷과 이러닝을 제공하는 환경 구축이 목표다.
지난해 말 기준 1베스타리넷 프로그램을 통해 총 1만132개 공립학교가 인터넷 환경을 구축하고 플랫폼을 통해 1만1500여개 온라인 강의가 제공될 정도로 활성화 됐다.
<인도네시아 2015~2019 중장기 개발계획(ICT 부문) 타깃 (자료:KOTRA)>
<말레이시아 디지털 인프라 개선 4대전략(11차계획) (자료:KOTRA)>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