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외환은행의 추억, 그리고 시작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한몸이 됐다. 그 과정에서 많은 생채기와 갈등이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완전체로 새 출발 선상에 섰다.

‘자산 300조원 규모 메가뱅크 탄생’이란 기사가 경쟁적으로 출고됐다. 외환은행 사옥에는 통합 KEB하나은행의 새로운 명패가 걸렸고, 외환은행은 4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통합 과정에 여러 잡음이 있었다. 금융당국과 하나금융그룹이 2·17 합의서를 사실상 폐기했고, 당시 독립 운영이라는 약속은 ‘은행 위기’라는 말에 밀려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통합 KEB하나은행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론도 있다.

조직 물리적 통합은 완성했지만 남은 퍼즐 조각은 수십개다. 당장 IT통합 문제는 물론이고 은행 간 임금체계, 인적 결합, 중복 사업 정리 등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주, 외환은행 본점 부근에서는 사진 찍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본점 직원들이 간판이 바뀌기 전에 외환은행 마크가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친정 식구 떠나보내는 마음’이라는 한 외환은행 직원의 말이 아직도 귀에서 맴돈다.

이제 이들을 끌어안고 진정한 한 식구로 받아들이는 ‘진짜 통합’ 작업에 나서야 한다. 그동안 외환은행 조기 통합을 주도했던 하나금융의 행태는 ‘독선’에 가까웠다. 하나금융이 진정 존중하고 끌어안아야 할 파트너는 노조가 아닌 ‘외환은행 가족’이다. 기자로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지만, 사측도 노조도 ‘진정성’보다는 ‘전략과 전술’에 빠져든 갈등뿐이었다.

대학을 갓 졸업해 큰 희망과 꿈을 안고 처음 출근한 외환은행 직원들. 누구의 아빠, 누구의 엄마로 치열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마음속 ‘외환은행’ 추억을 ‘KEB하나은행’으로 더욱 크게 노을처럼 번지게 해주기를 기대한다.

이것이야말로 글로벌뱅크, 메카뱅크를 이루기 위한 첫 발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