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로 싸우던 IP기업 램버스, 팹리스로 변신하고 삼성·SK하이닉스와 협력 모색

램버스가 창립 25년 만에 팹리스(반도체설계) 기업으로 변신했다.

메모리 반도체 특허기술을 앞세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잇달아 소송을 제기했던 ‘특허관리전문회사’ 램버스가 D램 제조사와 데이터센터·엔터프라이즈 서버 시장에서 협력을 모색한다.

램버스는 2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서버용 DDR4 메모리 인터페이스 칩세트 ‘RB26’를 공개했다. IP 라이선싱 기업에서 팹리스 기업으로 변화를 주도할 제품이다.

일리 쯔언 램버스 메모리제품그룹 부사장은 2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서버용 DDR4 메모리 인터페이스 칩셋 ‘RB26’을 공개했다. IP 라이선싱 기업에서 팹리스 기업으로 변화를 주도할 핵심 제품이다.
일리 쯔언 램버스 메모리제품그룹 부사장은 2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서버용 DDR4 메모리 인터페이스 칩셋 ‘RB26’을 공개했다. IP 라이선싱 기업에서 팹리스 기업으로 변화를 주도할 핵심 제품이다.

램버스는 CPU와 메모리 간 데이터 전송·처리 속도를 높여주는 RD램 기술을 세계 D램 제조사에 제공했다. 앞으로 다양한 메모리 제품군을 선보인다.

램버스는 2011년까지 소송으로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특허료를 챙기는 사업모델을 견지해 왔다. 변화는 2012년 로널드 블랙 CEO가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IP 라이선싱 사업을 유지하되 새롭게 칩을 직접 설계·판매하는 팹리스로 변화를 모색하며 반도체 기업과 관계 재설정에 나섰다.

램버스가 처음 선보인 DDR4 서버 DIMM 칩세트 ‘RB26’는 CPU와 메모리가 데이터 처리 속도와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다. 레지스터클록드라이브(RCD)를 포함한 RDIMM(Registered Dual In-Line Memory Module)과 9개 데이터버퍼(DB) 칩을 장착한 LRDIMM(Load Reduced Dual In-Line Memory Module)을 한 칩에서 구현해 대역폭과 용량을 끌어올렸다.

특허로 싸우던 IP기업 램버스, 팹리스로 변신하고 삼성·SK하이닉스와 협력 모색

CPU와 메모리 간 성능 격차를 좁히기 위해 메모리 제조사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개발 중이다.

램버스는 새로운 HBM 등과 RB26를 함께 사용해 전체 서버와 데이터센터 성능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썼다. 기존 고객 기업과 경쟁하지 않고 상호보완적 제품이 되도록 한 셈이다.

일리 쯔언 램버스 메모리제품그룹 부사장은 “RDIMM과 LRDIMM 장점을 결합하면 메모리 모듈 인터페이스 칩에서 발생하는 병목 현상을 없앨 수 있다”며 “현재 샘플 제공 중인 RB26는 2133Mbps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며 차세대 제품에서 2933Mbps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램버스는 서버 모듈을 제공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고객사로 확보하는 게 목표다.

일리 쯔언 부사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10년에 달하는 장기 IP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분쟁 소지를 줄이기 위한 것이며 최근 램버스는 소송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 기업과 맺은 장기 라이선싱 계약에 새로운 칩 공급 내용을 포함한 것은 아니다”며 “현재 양사에 샘플을 제공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RB26는 인텔 서버용 제품 인증을 획득했다. 인텔 기반 시스템에서 정상 작동하고 호환성이 있다는 것을 인증받은 만큼 사업 확대 가능성에 한 발짝 다가섰다.

일리 쯔언 부사장은 “램버스와 D램 제조사는 근본적인 관계 변화를 맞았다”며 “라이선스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이들을 고객사로 확보해 성장성이 높아진 데이터센터와 서버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DDR4 자체도 물리적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뛰어넘는 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지원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D램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 등 다양한 메모리를 지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