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스마트원전 상세설계 협약 체결…수출 9부능선 넘었다

우리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 간 스마트원전(중소형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협력구도가 완성됐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 중동 순방 때 파트너십 양해각서를 교환한 뒤 5개월여 만에 상세설계 협약이 나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일 사우디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사우디 왕립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 간 스마트 원전 건설 전 상세설계(PPE)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와 사우디는 지난 3월 스마트 원전 실증설비 2기를 건설하고 추가 건설과 제3국 공동 수출 내용을 담은 MOU를 교환했다. PPE 협약은 실증 스마트원전 2기와 관련된 것으로 양국 간 공동 실무작업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협약에 따라 양국은 PPE 사업에 3년간 총 1억3000만달러(한국 3000만달러, 사우디 1억달러)를 공동 투자한다. 이 비용은 스마트원전 건설을 위한 상세설계와 현 연구인력 교육·훈련, 스마트원전 1·2호기 건설 준비 등에 사용된다. 우리 측 투자비는 정부와 민간매칭 형식으로 조성되며 스마트원전 수출전담법인(스마트파워)과 PPE사업 참여기관 등이 투자하게 된다.

PPE에는 사우디 현지 건설 부지특성을 고려해 공기냉각방식의 새로운 원전 냉각방식을 도입하고 예비안전성분석 보고서와 사우디 내 건설 제안서 등이 들어간다. 현지 연구 인력에는 원자력 기본교육, 스마트 설계 기본교육, 설계분야별 실습교육과 설계참여 교육 등을 실시한다.

원자력연구원은 PPE사업을 총괄하며 원자로보조계통설계, 핵연료설계, 기기설계 등의 협약 서명 후 3개월 안에 주관기관을 선정할 예정이다. 향후 효율적 건설사업 추진을 위해 미래부와 사우디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 간 ‘스마트 운영위원회’도 구성한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2009년 UAE 대형 상용원전,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수출에 이어, 소형 스마트 원자로에 이르는 원전 수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며 “이는 1997년부터 장기간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국가연구개발 성과가 사업화로 연결되는 창조경제 선순환 모델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사우디 스마트원전 PPE 협약은 그동안 MOU 수준에 머물렀던 관계를 실질적 협력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의미가 담겼다. 스마트원전을 건설하겠다는 사우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한 점도 우리로선 의미가 크다. PPE 투자 부문에서 사우디가 우리나라보다 세 배 이상 많은 금액을 약정한 것도 스마트원전에의 관심과 의지를 입증한다.

사우디는 2040년까지 자국 전력 20%를 원전으로 충당하고 이 중 15~50%를 중소형 원전에서 뽑아 쓴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대규모 전력망 구축보다는 분산형 원전 모델로 전력과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크다. 100㎿급 소규모에 담수화 기능까지 갖춘 우리나라 스마트원전 모델이 안성맞춤인 셈이다.

실제 협력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사업이 힘을 받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업 참여자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스마트원전에는 특수목적법인인 스마트파워를 중심으로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일진전기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배열회수보일러 등 발전플랜트 설비 전문회사인 비에이치아이가 가세해 덩치를 키웠다.

한전 등 전력그룹사 행보도 사업 성패의 중요한 키를 쥐고 있다. 전력그룹사는 그동안 발전플랜트 해외시장 개척에 중추적 역할을 해 왔지만 스마트원전 사업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한전은 스마트원전 개발초기엔 함께했지만,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지금은 관련 사업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해외 로드쇼 등을 할 때 스마트원전 모델을 같이 전시하는 정도다. 하지만 사우디가 이미 스마트원전 건설부지를 선정하고 투자약속까지 하면서 적극성을 보이는 만큼 사업 재참여 여지는 충분히 있다.

최근 원자력연구원과 한국전력기술은 스마트원전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향후 상세설계단계에서는 그동안 우리나라 대형 원전을 설계해 온 한국전력기술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종 결정은 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한국전력기술의 스마트원전 참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