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여년 세계 자동차 산업 역사는 기술 혁신에 의한 신시장 창출 발자취와 궤를 같이한다. 1886년 독일인 칼 벤츠가 만든 세계 최초의 자동차(페이턴트 모터바겐)는 ‘말(馬) 없이 달리는 마차를 만들겠다’는 당시로서는 엉뚱하지만 혁신적 사고 결과물이었다. 1908년 포드가 내놓은 ‘모델 T’는 컨베이어 벨트 방식 대량 생산에 힘입어 자동차를 본격적인 산업으로 만들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는 지금도 내연기관 효율 향상과 친환경차 개발, 자율주행 기술 개발 등을 위한 혁신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일본 도요타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BMW도 차세대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BMW]
BMW는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대표 ‘독일 명차’로 꼽힌다. 1916년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서 항공기 모터 제작회사로 시작해 소형차와 대형차, 모터사이클까지 생산하는 세계 최고 자동차 회사로 자리 잡았다. 브랜드 엠블럼 역시 항공기 프로펠러를 형상화했다.
독일 자동차 잡지 ‘아우토모토 운트 스포트’가 약 20만명을 대상으로 2014년 기준 브랜드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BMW는 혁신 기술과 친환경 이미지에서 최고 평가를 받았다. 그만큼 미래 자동차 ‘혁신의 아이콘’으로 손색없는 브랜드다.
초창기 BMW 목표는 메르세데스-벤츠보다 더 작은 엔진으로 더 잘 달리는 차를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벤츠 주력이었던 8기통 엔진보다 작은 6기통 엔진 개발에 집중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동력 효율과 역동적 주행 성능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이 회사 DNA다.
BMW는 매년 ‘이노베이션 데이’라는 행사에 세계 기자를 초청해 선행 기술을 소개한다. 프랑스 남부 미라마 주행시험장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도 최고 효율, 역동적 주행 감성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제품군 확장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는 최근 가장 현실적 친환경차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구동에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기존 하이브리드카(HEV)와 같지만 배터리 용량이 훨씬 크다. ‘충전식’ 하이브리드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HEV가 엔진 동력과 제동시 발생하는 힘으로만 배터리를 충전하는 반면에 PHEV는 외부 충전이 가능하다. 순수전기차(BEV)와 HEV 중간 단계 차인 셈이다.
BMW 최초 PHEV는 스포츠카 ‘i8’다. i8는 BMW가 추구하는 PHEV 콘셉트를 잘 나타낸다. 친환경차 시대에 대비하는 한편 ‘운전의 재미’도 극대화했다. i8는 전기모터를 사용한 친환경차지만 동시에 고성능 스포츠카다. 1.5리터 3기통 트윈파워 터보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해 합산 출력 362마력, 합산 토크 58.2㎏·m를 낸다. 시속 100㎞ 주파에는 4.4초면 충분하다.
BMW는 내년을 PHEV 대중화 원년으로 삼는다. i8처럼 독립된 스포츠카 모델 외에 기존 세단 및 SUV 제품군에도 ‘e드라이브’라 불리는 PHEV 기술을 적용한다. 2시리즈 액티브투어러, 3시리즈, X5 PHEV가 내년 출시된다. 모두 고객층이 넓은 브랜드 주력 차종이어서 PHEV가 자동차 시장에 본격 안착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물 분사 기술’로 내연기관 효율 향상
휘발유나 경유를 연료로 쓰는 내연기관은 2020년에도 세계 자동차 90%에 탑재될 전망이다. 주요 완성차 및 부품 업체가 전기동력차 시대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내연기관 효율 향상에도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BMW의 차세대 내연기관 전략은 ‘물 분사 기술’이다. 엔진 흡기 매니폴드에 물을 분사해 엔진 냉각 및 연소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초고온 연소가 이뤄지는 고속 주행시 활용도가 높다. 내년 초 출시되는 고성능차 ‘M’시리즈 적용을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는 물 분사 기술을 넘어 ‘물 직분사 기술(DWI)’ 구현에 도전한다. 매니폴드가 아닌 엔진 연소실에 직접 물을 분사한다. 올해 이노베이션 데이에서 선보인 DWI 적용 차세대 엔진은 실연비를 3~8%, 출력과 토크를 5~10% 향상시켰다.
◇15년 FCEV 연구 결과물 처음 공개
BMW는 ‘궁극의 친환경차’라 불리는 수소연료전지차(FCEV)에서도 독자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2020년까지 주요 부품을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연료전지 동력시스템 개발에만 15년을 투자했다. 올해 이노베이션 데이에는 최초로 성과를 공개했다. 5시리즈 그란투리스모(GT)에 245마력 전기모터를 탑재한 수소연료전지차를 시연했다. 1회 충전 항속거리는 500㎞에 달한다.
독자 수소 저장 및 충전 기술도 선보였다. 기존 연료탱크가 상온에서 700바(bar) 고압으로 연료를 저장한 반면에 BMW는 350바로 압력을 낮춘 대신 극저온으로 수소를 저장한다. 전용 충전 시설은 5분 이내 충전을 완료한다.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4.5㎏ 수소 용량은 7.1㎏까지 늘어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