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사랑은 금기인가

암 환자의 사랑은 금기인가

[전자신문인터넷 김제이기자] 암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더 이상 성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편견은 인생에 대한 의욕과 자신감을 상실시키는 원인이 돼 암을 치료하고 예방하는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로 암은 성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신체기능의 일시적 또는 장해로 성생활 자체가 불가능 할 수도 있으며, 죽음에 대한 환자의 불안이나 공포, 자신감 상실, 통증, 분노 등으로 인해 성욕장애가 생길수 있다.

신체에 큰 상처가 생기며 유방, 난소, 자궁 등 생식기를 잃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이, 자신은 ‘누구로부터도 사랑 받을 수 없다’고 느끼게 된다. 설령 좋은 관계에 있는 애인 사이에서도 성관계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 암 환자의 성욕은 왜 떨어질까?

화학요법으로 인해 남성은 성욕이 일시적으로 감퇴하고, 발기능력도 일시적으로 상실한다. 하지만 치료가 끝나면 사정을 하지 않고도 쾌감을 느끼는 ‘드라이 오르가즘’에 달할 수도 있다.

여성은 화학요법에 의해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배란이 없어지기도 하고 성기가 뜨거운 느낌이 들기 때문에 성관계에 관심이 멀어지기도 한다. 임신할 가능성도 있지만, 항암제가 태아에 장애를 일으킬까 봐 성관계를 포기하는 사람도 많으며 성기에 감염증이 일어나기도 쉬워진다.

방사선치료 중인 환자는 심한 피로감과 허탈감 때문에 성관계의 욕구가 없어진다. 대장암, 전립선암, 방광암, 자궁경부암 등 골반에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남녀 모두 성관계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암에 걸렸어도 성관계의 욕구를 지속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을 갖고 싶어 하기 때문에 성교 자체가 어려워도 신체의 접촉을 통해 정신적인 안정과 즐거움을 얻도록 하면 암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여성은 일시적으로 혹은 영구적으로 조기 폐경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질이 짧아진다거나 너무 좁아져서 성교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이때 사이즈가 다른 질확장기를 사용하거나 성교를 자주 반복해 질을 넓힐 수도 있다.

◆ 사랑은 암 세포도 춤추게 한다

미국 피츠버그대학 연구팀은 동일한 치료를 받고 있는 유방암 환자들을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하는 그룹과 하지 않는 그룹으로 나눠서 비교한 결과 성관계를 하는 그룹의 치료효과가 더 뛰어났다고 발표했다. 성적 흥분 상태가 되면 암세포를 죽이는 T임파구가 백혈구 내에서 순식간에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몬트리올 보건대학의 Marie-Elise Parent 연구팀은 3000여 명의 남성의 연구에서 20명 이상 여성 파트너가 있는 사람은 전립선암 위험이 19% 더 낮고, 20여 명 남성 파트너가 있는 남자는 전립선암 위험이 5배 높은 것으로 보고했다.

많은 남성들이 나이가 들면 전립선 질환으로 인해 소변보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만 성생활을 계속해 온 남성은 이런 고통을 피할 수 있다. 사정할 경우 고환에서 1억 마리 정도의 정자가 배출되면서 전립선 염증을 완화시킨다. 정액이 배출되지 않고 정체되면 정액의 30~40%를 만들어 내는 전립선에 병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름다운 성관계는 따뜻한 사랑을 주고받는다는 진한 감정을 갖게 해 자존감, 행복감을 높여 주고 우울증, 무기력, 의욕저하 등의 치료에 효과가 크다.

성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게 된다. 암 환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환자의 투병 의지를 더욱 높일 수 있으므로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성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 암 환자가 사랑하는 방법

암의 발병 부위에 따라서 암 환자는 직접적인 삽입성교가 어려울 수 있다. 유방암 수술 후 항암요법으로 호르몬제를 투여하거나 자궁암 치료로 방사선요법을 사용해서 질건조증이 생긴 경우에는 윤활제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남성생식기계 수술 후 후유증으로 발기나 사정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도 포기하지 말고 음경보형물 수술을 하면 극복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삽입성교가 안 된다면 삽입성교의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박혜성 자연통합의학암연구회 이사(해성산부인과 원장)는 “항암화학요법 중에는 성관계시 콘돔 착용과 피임을 하며 암 치료 중 임신을 원한다면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며 “또한 통증,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위를 시도하는 것이 좋으며 면역기능이 낮아진 시기에는 가벼운 접촉으로 성관계를 대신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김제이기자 kimje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