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이미 살펴 본바와 같이 미래의 실크로드는 제 4차원적 형태의 교역 및 교류의 통로로 꾸준히 진화할 것이다. 즉, 최초에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부락이나 공동체와 같은 어떤 조그만 단위라는 점이 제 1차원적으로 존재하다가 그것이 다른 점인 이웃 공동체와 연결되는 것이 반복되면서 제 2차원적인 선으로 발전하여 실크로드를 형성하고 그런 선과 선이 서로 교차하면서 면을 만들어 새로운 문명이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곤 했다.
그 후 육상 운송수단에 이어 공중 운송수단이 가세하였으므로 제 3차원적 실크로드 시대에 진입하였다가 이에 그치지 않고 이젠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실시간으로 상업적 교역과 문화적 교류를 가능케 하는 정보통신 시대에 접어 들면서 실크로드는 제 4차원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 우리는 왜 실크로드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의 지리적 위치와 우리 민족의 형성과정을 살펴 보면 우리가 실크로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즉, 관심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실크로드를 바라보아야하며 어떤 방법으로 새로운 시대의 실크로드에 접근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실크로드는 과거 수천년간 이어져 왔듯이 앞으로도 어떤 형태로든 적어도 수천년간은 지속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실크로드를 바라보고 이용하는 것에 관하여 우리 나름대로 분명한 관점을 정립하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재 다른 여러나라들도 새로운 형태의 실크로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도 1980년대 부터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지금껏 그 관심의 줄을 놓지 않고 탐구를 계속하면서 새로운 실크로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중국은 가장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해석을 통해 거대한 계획을 내놓은 다음 이를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기고 있음은 위에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이 새로운 실크로드를 단순한 경제적 영역 확대의 통로로만 보고 있지 않다는데에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
현재 중국은 실크로드 국가들에게 AIIB를 통해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해 준다는 명목으로 이들에게 소프트웨어 수출을 도모하고 있는 중이다. 즉, 실크로드 국가들에게 관세제도의 개선, 투자환경의 조성, 국경통제제도 개혁, 조세제도 정비 등을 지도하고 인민폐의 사용을 확대시켜 중국의 기업과 투자가 손 쉽게 실크로드 관련 국가들 속으로 침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 다음에 중국의 기술과 자본이 이들 국가에 들어가 천연자원을 개발하고 이를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으로 실어나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기반 조성으로 사회간접자본 건설의 지원과 더불어 중국의 문화를 수출하여 중앙아시아 국가 등에게 중국 문화와 이들 문화들과의 유사성 혹은 동류성을 강조하여 친근감을 느끼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장학제도, 직업 및 기술 훈련제도 운용, 중국인 관광객의 중앙아시아로의 유치, 방역제도와 의료기술의 전수, 중국 전통의학의 전파, 도시간 자매결연 추진을 통해 우호를 증진 시킨다는 계획도 세워 놓았다. 그외에 각종 산업기술의 이전과 각종 NGO간의 교류도 추진하는 등 종합적이고도 치밀한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또 하나의 국제정치 및 경제블록을 형성하여 미국과 EU가 주도하는 국제정치 및 경제질서에서 이들에 맞설 수 있는 중국의 역할을 분명히 보여주자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즉, 중국 중심의 패권주의가 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는 미래의 실크로드를 어떻게 정의하여야 하며 어떤 행동을 취하여야 하는가? 실크로드에 대하여 우리가 취할 자세에 관하여 몇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가 실크로드의 주인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않된다. 우리는 중국을 경유하지 않는 유라시안 초원길을 통해서도 외부 세계와 교류를 해왔으므로 중국이 실크로드에 관한 주도권을 쥐었다고 주장하든 말든 우리는 우리 자신들의 실크로드에 관하여 주체적인 사고를 가지고 주도적으로 우리의 계획을 세워 추진하여야 한다. 중국의 실크로드 진출 계획에 편승하여 파생적 이득이나 취할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
둘째, 우리는 실크로드 문명과 문화를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중국 영토를 제외한 나머지 실크로드 구간들은 거의 대부분 회교 문명권에 속해있다. 따라서 회교문명과 그들의 문화를 포용할 준비와 자세를 우리 자신들이 갖추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그들도 각기 다른 정도의 회교문화를 가지고 있고 각기 다른 종파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거의 천오백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슬람 문화 속에서 살아왔으므로 현재 이슬람을 국교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들이라도 뼈속 깊이 이슬람 문화가 잠재되어 있다. 따라서 이런 문화를 사전에 숙지하고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가지기 전에는 그들과 심도있는 교류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셋째, 실크로드를 경제적 시각으로 보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실크로드는 그 이름이 뜻하는 바와 같이 물자의 교역을 하는 통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실크로드 선상의 어떤 나라가 자원이 풍부하니까 교류를 강화하여야 한다느니 어떤 나라에 우리 물자를 수출하기 좋으니 관계를 돈독히 하여야 한다는 등의 경제적 접근 방법을 우선시 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우리는 그들을 경제적 교류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들과 문화적 유대 혹은 연대를 강화하고 인적 교류를 증진하여 신뢰를 쌓아가는 일을 우선시 하여야 한다. 그러면 경제적 효과는 경제에만 집중할 때 보다 더 큰 비중으로 따라오게 된다.
넷째, 우리는 과연 그들은 선도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이 있는가를 스스로 점검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경제규모는 이제 대부분의 실크로드 국가들 보다 더 크다. 과학기술의 수준도 대부분의 그들보다 앞서있다. 국민들의 경제적 생활수준에 관한 지표도 그들 보다 높다. 비록 국토의 면적은 대부분의 그들 나라들보다 작지만 우리는 그들 보다 높은 경제적 성장을 이루어 냈고 근래에는 우리나라 연예인과 체육인들도 그들 나라에서 인기가 높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로 그들보다 더 높은 의식수준, 문화수준, 도덕수준이나 준법정신 등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는 과연 그런 수준 높은 자세로 그들을 선도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우리 국민들의 빈약한 내면세계를 알게되는 날 부터 우리들과 교류하는 것을 꺼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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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박필호
현재 유네스코 중앙아시아학 국제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
과거 미국 뉴욕주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무형문화유산센터 법률고문을 지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외무부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