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은 어려운 과제다. 일단 한 번 협력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친 중소기업은 비교적 쉽게 다음 협력 대상을 찾는다. 성과가 널리 알려지면 또 다른 성공사례를 금세 만들어 낸다. 하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은 협력 프로그램에 관심이 없거나 마땅한 대상을 찾지 못하고 헤맨다.
원인은 정보와 경험 부족이다. 전문가는 “성공한 기업을 벤치마킹하라”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청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발굴한 실제 협력사례를 바탕으로 가상 성공스토리를 만들어봤다.
◇원가절감 “같이 하니 쉽네”
김 사장이 운영하는 A사는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부품을 생산해 절반을 한 대기업에 납품한다. 대기업은 과거 이 부품을 전량 외국에서 수입했다. 3년 전 A사가 국산화에 성공했고 대기업은 높은 품질과 낮은 가격에 만족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국내외 경쟁업체가 늘며 김 사장 고민이 커졌다. 이들 업체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했다. 대기업도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A사에 원가절감을 주문했다. 김 사장은 다급했지만 뾰족한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발견한 것이 중소기업청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지원하는 ‘원가절감형 대중소기업 공동사업’이었다.
A사는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원가절감에 나섰다. 대기업은 직접 연구원을 파견해 작업을 도왔다. 중기청과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자금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 수개월 연구개발(R&D)을 거듭한 끝에 A사는 제조공법을 개선해 원가를 30% 낮추고 부품 제조 시간을 단축했다. 여기서 발생한 이익 30%는 대기업이, 70%는 A기업이 가져갔다. 대기업과 거래가 지속된 것은 물론이다.
김 사장은 “대기업에 계속 납품이 가능해지고 수출에도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도 협업 과제를 지속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탁기업협의회에서 ‘시너지 극대화’
수탁기업협의회는 하나의 위탁기업을 중심으로 협력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동반성장 네트워크로,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운영을 지원한다. 발전기 진단장비를 만드는 B사 오 사장은 신제품 개발에서 수탁기업협의회 덕을 톡톡히 봤다.
오 사장은 수출용 발전기 진단장비를 개발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엄두가 안 났다. 자체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투자 여력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때 오 사장이 떠올린 게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지원하는 ‘수탁기업협의회 활성화 지원사업 협력과제’였다.
오 사장은 협업 기업을 물색했다. 같은 수탁기업협의회 회원사 중 경쟁력 있는 두 기업을 꼽아 의사를 타진했다. 수출에 목말랐던 세 기업은 당장 의기투합해 R&D를 시작했다. 세 기업이 맡은 역할과 투자 규모는 서로 달랐지만 수익은 동등하게 배분하기로 했다.
성과는 예상보다 빨리 가시화됐다. 세 기업은 상용화 수준 발전기 진단장비를 5개월 만에 개발했고 수탁기업협의회 위탁기업은 제품 구매를 약속했다. 오 사장은 최근 미국 기업과 수출 계약을 했다. 위탁기업 도움 덕분에 수월하게 수출 논의가 진행됐다.
오 사장은 “세 기업의 유기적 협력과 위탁기업 도움 없이는 사업 성공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번 성공이 자극제가 돼 수탁기업협의회 회원사 간 협력 논의가 더욱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구매상담회에서 활로를 찾다
통신용 부품을 생산하는 C사는 ‘기술 중심’ 기업이다. C사 박 사장은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R&D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자부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경기 침체와 투자 실패가 겹치며 박 사장은 고민이 커졌다.
문제는 판로 확보였다. 인지도가 낮은 탓인지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C기업은 주목 받지 못했다. 그때 박 사장에게 길을 열어준 것은 중기청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개최한 ‘대중소기업 구매상담회’였다.
박 사장은 반신반의 심정으로 구매상담회에 참가했다. 하지만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국내 한 대기업이 C사 진가를 알아 본 것이다. 현장에서 대기업은 까다로운 기술조건을 요구했지만 박 사장은 자신이 있었다. 그동안 꾸준히 R&D에 투자한 보람이 있었다.
대기업 관계자에게서 머지않아 연락이 왔다. 대기업은 수개월간 현장 테스트를 거쳐 C사 제품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조만간 대기업과 다른 R&D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며 지금은 해외에서도 C사를 찾기 시작했다.
박 사장은 “구매상담회는 새 기술을 원하는 대기업과 판로 확대가 필요한 중소기업이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며 “기술에 자신 있지만 낮은 인지도 때문에 고민하는 중소기업이라면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동반성장 사업(자료:중소기업청, 대중소기업협력재단)>
<2014년 대중소기업 구매상담회 개최현황(자료:중소기업청,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