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침체 우려로 위기가 고조되면서 세계 이목이 인도로 쏠렸다. 여전히 높은 경제 성장률을 자랑하는 인도가 중국 위축의 안전판 역할을 맡아줄 것이란 기대심리 때문이다. 인도는 16년 만에 중국 경제성장률을 뛰어넘을 가능성까지 보이며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그동안 ‘잠룡’이라는 평가에 미치지 못하는 느릿느릿한 행보였지만 이젠 성장엔진에 불이 들어왔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부임한 모디 총리가 표방하는 모디노믹스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ICT·에너지·제조업 육성으로 해외 투자를 적극 유치해 제2 경제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이 요체인데 우리 기업을 비롯한 세계 기업이 협력 또는 시장 진출 기회를 탐색하며 타이밍 잡기에 혈안이다.
◇인도, 글로벌 경제 견인
중국 경기 침체 우려로 세계 금융시장은 일대 혼란을 겪었다. 증시 폭락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유럽 증시도 연일 폭락하며 공포분위기를 자아냈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중국 경제에 위기감이 커질수록 대안 시장으로서 인도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IT·섬유 등 주력산업을 기반으로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추가 성장 가능성이 어느 나라보다 높기 때문이다. 2013년 인도 GDP 성장률은 5%대를 유지했다. 이는 주요 신흥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브릭스(BRICs) 국가 구매력평가(PPP)기준 2017년 인도 GDP는 7조415억달러다. 이는 세계 GDP 5.7%를 차지한다. 같은 해 브라질(2.9%), 러시아(3.0%) GDP 총합과 비슷하다.
OECD는 2025년까지 인도, 중국 GDP가 G7규모에 버금가고 2060년에는 인도가 글로벌 GDP 18%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인도 경제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당분간 높은 경제성장률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성장률을 7%로 전망했는데 이는 중국 성장률 전망치 6.8% 보다 높다. 인도는 1분기에 성장률 7.5%를 달성해 중국(7%)을 앞서며 잠재력을 입증해보였다. 이런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인도는 16년 만에 경제성장률 면에선 중국을 추월한다. IMF도 올해 인도 성장률을 7.5%, 중국 성장률은 6.8%로 내다봤다.
지난해 기준 인도 인구는 12억3600만명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전체 인구 가운데 65.5%가 소비 생산 주요 연령대인 15~64세로 높은 생산성과 소비력을 자랑한다. 2020년경 인도 평균 연령은 29세다. 고령화에 접어든 서유럽 45세, 일본 48세 보다 무려 20살 가까이 젊다. 대외 무역 의존도도 30% 수준에 불과하다. 주요 교역국도 아시아, 중남미, 중동으로 다변화돼 있어 선진국 경기가 부진해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좋다. 이 같은 요인을 감안하면 인도 성장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IT산업은 인도 경제 성장 원동력
인도는 개발도상국 경제발전 모델을 거부했다. 공업화 단계를 생략하고 초기부터 3차산업인 IT서비스와 금융업을 육성했다. 서비스업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동시에 해마다 12만명에 달하는 IT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기술 강국으로 성장한 배경이다. 인도는 IT산업을 주력으로 제2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인도 IT산업은 세계 경기 불황에도 2013년까지 연평균 13.3%라는 눈부신 고성장을 거듭했다. 이는 세계 평균성장률 2%의 6배에 달하는 수치다. IT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8년 1.2%에서 2013년 8%로 7배 상승했고 총수출 25%를 차지했다. 최근 인터넷, IT-BPM 사업 확대, 이동통신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수년 내 GDP차지 비중은 15%대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웨어(SW) 부문은 괄목할 성장을 보이고 있다. 5년간 인도 SW수출액은 매년 50%대 고성장을 이뤘다.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400여개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인도 유입 해외직접투자액의 10%가 SW산업에 집중되고 있다. IT산업 매출 59.5%가 SW다. IT 분야 제조업 비중이 높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SW가 IT산업 성장을 주도하는 셈이다. 2014년 기준 세계 SW시장 점유율은 10%인데 이는 미국, 일본에 이어 글로벌 3위 수준이다.
◇제2 경제도약 노리는 인도
지난해 친기업 성향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한 뒤 산업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른바 모디노믹스로 인프라격인 사회간접자본(SOC)과 IT산업 육성이 핵심이다.
모디노믹스 IT 관련 세부정책은 △국가 전역 초고속 인터넷망 설치 △도시, 공공장소 사업시설 와이파이 보급 △오픈 소스 및 오픈 스탠더드 SW산업 육성 △준도시권 및 농촌 지역 IT업종 고용 창출 △전국 기초교육기관에 e러닝 및 e북 등 전자기자재 보급 △모바일 및 인터넷 뱅킹 시스템 전면 보급으로 요약된다.
SOC 분야에선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교통난, 에너지주택 부족, 공해 발생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IT 활용 100여개 스마트 시티 건설 계획을 수립했다. IT를 활용해 수도공급, 신호등 통제, 하수처리 시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골자다. 도로 재정비, 기차, 메트로, 모노레일 공항 등 SOC투자가 집중될 예정이다.
인도 IT기업은 최신 ICT를 적용해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SMAC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SMAC은 소셜(Social), 모바일(Mobile), 분석(Analytics), 클라우드(Cloud)를 지칭하는 신조어로 인도 IT서비스 산업 고부가가치 창출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모바일 대중화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SMAC은 IT산업 수익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존 IT산업 영역에서도 SMAC 서비스로 전환하기 위한 기업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인도 휴대전화 보급률이 70%까지 상승하면서 모바일 환경이 대중화됨에 따라 데이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SMAC 시장 성장이 가속화하고 있다.
빅데이터 산업에서도 인도는 주도권을 잡았다. IT컨설팅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빅데이터 시장은 2010년 32억달러에서 올해 169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1억5310만달러 규모 인도 빅데이터 시장도 빠른 성장세를 타고 있다.
인도 디지털 데이터량은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50%씩 증가해 127헥사바이트에서 2.9제타바이트로 증가하고 세계 디지털 데이터 가운데 인도 비중은 4%에서 7%로 늘어날 전망이다.
인도 CIO 현황 조사에 따르면 주요 IT기업 TCS, HCL 테크, 와이프로 등은 전문기업과 제휴를 맺고 빅데이터 사업에 뛰어들었고 현재 인도 IT기업 56% 이상이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이다.
[중박스]에너지·모바일 시장 기회의 문 ‘활짝’
인도 산업 특성과 경제발전 모델을 감안하면 에너지, 모바일 등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우리기업은 커다란 기회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스마트기기가 젊은층 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수입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통신기기 점유율은 2001년 기준 5%에서 휴대전화 사용자 증가에 따라 2011년 28%로 크게 늘었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며 모바일 관련 상품은 주력 수입 품목으로 부상했다. 2013년 기준 인도 모바일 기기 사용자는 8억6000만명이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 사용자는 전체 8%인 7000만명이고 기기 변경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2013년 1분기 스마트폰 수요는 전년(380만대) 대비 163.2% 증가했다. 이는 중국(86%), 일본(24%), 미국(19%) 등 주요 국가 연간 스마트폰시장 성장률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로 세계 스마트폰시장 연간 성장률 39.1%의 4배에 달한다. 모바일 뱅킹·쇼핑 등 인터넷 서비스 수요가 늘고 SNS 기업 시장 진출도 활발해 질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분야도 기회가 많다. 인도는 중국, 미국, 러시아에 이어 글로벌 4위 에너지 다소비국이다. 경제 성장을 감안한 2032년 인도 필요 설비용량은 1207GW다. 지난해 12월 기준 인도 총설비용량은 255.68GW 수준에 불과하다. 모디 정부가 추진하는 인프라 개발에 정부 투자와 외국인 투자를 더 확대하기 위해선 안정적 전력공급이 필수다. 인도 정부는 전력공급 확대 및 노후화 전력망을 현대화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효율 및 절감, 스마트그리드 확대, 대규모 화력발전소 및 원전 건설 확대 등을 정책 과제로 밀고 있다.
지난 5월 모디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인도 전력부가 전력개발 및 에너지신산업분야 협력을 위한 MOU를 교환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우리 대·중소기업이 고루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고 중소기업은 스마트그리드 분야 기기 납품이나 시스템 관리 서비스 분야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박스]우리나라 IT·에너지 분야 진출 현황은?
우리 정부는 인도와 교류 활성화를 위해 2010년 1월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을 체결해 협력 강화에 나섰다. 이후 정부 간 IT·SW 부문 공동행사 개최, 한-인도 SW기업 협의회 구성 추진 등 협력을 확대했다. 여러 행사가 일회성에 그쳐 실질적 성과를 이끌어내기엔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민간기업 진출도 대기업 중심으로만 이뤄졌다. 대기업은 투자여력을 바탕으로 인도 등 다양한 아시아 시장에 GDC를 설립해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 기지를 마련했다. 중소기업은 중국 베트남 등 일부 시장에만 제한적으로 진출했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LG전자, LG CNS, SK 등 대기업이 인도시장 진출 의사를 밝혔다. 반면에 중소기업은 교류 미흡으로 진출이나 시장 활용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KOTRA는 인도 정부 중점육성 분야 중심으로 우리 대·중소기업 협력을 강화하고 최신 ICT 습득 및 인적 교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