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큐셀, 태양광업계 인력 ‘블랙홀’…“증설 위해 적법한 수준 진행”

태양광업계에 한화큐셀 발(發) ‘인력 비상’이 걸렸다. 한화큐셀이 공장 증설에 맞춰 경력직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인근 태양광업체가 공장운영 인력 이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4월 게재된 한화큐셀 음성 모듈공장 경력직 채용공고.
지난 4월 게재된 한화큐셀 음성 모듈공장 경력직 채용공고.

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큐셀이 충북 음성에 250㎿ 규모 태양광모듈 공장과 진천에 1.5GW 규모 태양전지 공장을 증설하면서, 인근 태양광업체에 근무하던 인력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이탈한 인력들 대부분은 한화큐셀이 채용키로 한 1200명 증원 인력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화큐셀은 4·5월, 지난달에도 수시 채용 형태로 인력을 추가 확보해 중소 태양광업체는 ‘인력 공동화’까지 우려하는 상황이다.

인력이 빠져나간 업체는 이를 막아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이라 발만 구르고 있다. 일부 중소기업은 동시에 두 자릿수 경력자가 퇴사하면서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고 밝혔다. 업계에는 한화큐셀 경력직 채용 때문에 한 중소기업 태양광모듈 생산라인이 일시적으로 멈추기도 했다는 흉흉한 얘기까지 나돈다.

태양광모듈 한 개 생산라인은 30~50㎿ 규모로 공장 자동화률에 따라 오퍼레이터가 10~20명 정도 필요하다. 한화큐셀이 수백명 규모로 경력직을 채용한 것은 사실상 다른 회사 수십개 생산라인을 멈추게 할 정도 위력이다.

한화큐셀이 2014년 4월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메이우드에 건설중인 10.86MW 규모 태양광 발전소.사진=전자신문DB
한화큐셀이 2014년 4월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메이우드에 건설중인 10.86MW 규모 태양광 발전소.사진=전자신문DB

한화큐셀 공장이 위치한 충북 지역에는 현대중공업·에스에너지·신성솔라에너지 등 많은 태양광업체가 모여있다. 근무지도 가까운데다 중소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리후생이 좋은 대기업에서 채용을 늘리자 인력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가 커지자 태양광업체는 태양광산업협회를 통해 한화큐셀에 경력직 채용을 자제해 달라는 ‘채용 관련 협조요청’을 전달했다. 하지만 한화큐셀 측은 공장 증설 계획에 맞춰 계속 경력직 채용을 진행했다. 급기야 태양광산업협회는 지난달 이 문제 협의를 위해 임시 이사회까지 열었지만 한화큐셀은 불참했다.

이봉락 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이 직접 한화큐셀을 방문해 다른 태양광업체 입장을 전달했다. 한화큐셀은 “다른 업체 문제제기 사항을 충분히 이해하며 사내 회의에서 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원론적 선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큐셀 측은 해외공장에 근무하는 외국인을 채용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지만, 공장 신설과 투자가 국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아 비난 받을 소지가 있어 곤란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경력직은 적법하게 공개채용으로 진행했으며, 다른 업체에서 스카우트하거나 한 사례는 없다”며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고려해 국내 설비투자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력직 인력을 충원한 것이지 다른 업체에 피해를 입히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