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업계 화두는 단연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이다. 자율주행차 개발 목적은 교통사고를 줄이고, 좀 더 편안하고 안전한 운전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2020년, 2025년으로 거론되는 자율주행 상용화에 대비해 요소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적은 같다. 산업과 지역 특성에 따라 각양각색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다. 유럽, 미국, 일본의 주요 자율주행 및 지능형운전자지원시스템(ADAS) 기술 개발·출시 현황을 살펴봤다.
[유럽]
유럽은 자동차 종주국답게 부품은 물론이고 완성차 단위에서까지 선진 기술을 개발 중이다. 자율주행 3요소인 인지, 측위, 제어 전 방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신과 자동차를 결합한 커넥티드카 등 IT 융합에도 적극적이다.
아우디 ‘zFAS’는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전체를 제어하는 통합 제어장치다. 기존에 차선유지지원(LKAS), 타이어공기압경보(TPMS) 등 기능별 제어장치가 필요하던 것에서 크게 진보했다. 개별 제어장치를 하나로 통합했을 뿐만 아니라 고집적화를 통해 태블릿PC 수준으로 크기를 줄였다.
업계가 zFAS에 주목하는 이유는 ADAS에서 자율주행으로 넘어가는 데 이런 기술이 필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는 현재 ADAS 시스템을 확장·통합할 필요가 있는데, 통합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고밀도·고성능의 단일 제어기가 필요하다.
아우디는 zFAS 개발을 위해 델파이, 엔비디아, 모빌아이 등과 협력했다. 주요 부품 공급업체인 보쉬, 콘티넨탈, 발레오 등과 제휴 폭을 넓혀 자율주행 표준 수립에 나선다. 아직은 시험 단계지만 2017년께 양산 기술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차 기능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반자동 주차 기능을 구현했던 프랑스 부품업체 발레오는 ‘완전 자율주차 기술’을 개발 중이다. 발레오는 2013년에도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을 조작하는 반자동 주차 기술 ‘발렛 파크 포 유’를 선보인 바 있다. 완전 자율주차 기술은 자동차가 운전자 하차를 스스로 감지해 주차 구역에 차를 정차시키는 기술이다. 내년까지 기술 개발을 마친 후 상용화한다.
자동차 기능이 점점 많아지면서 운전자와 효율적인 소통이 중요해졌다. 운전 중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위험을 직관적으로 경고하는 휴먼-머신 인터페이스(HMI)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올해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손 움직임만으로 조작 가능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골프 R 터치’를 선보였다. 앞좌석 중앙에 설치된 스테레오 카메라로 움직임을 감지하는 원리다. 내비게이션과 오디오는 물론이고 에어컨과 서스펜션, 시트 자세까지 조작할 수 있다. 차량 내 단말기를 조작하다 발생하는 사고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가 개발한 ‘바이크 센스’는 자전거와 오토바이 접근을 직관적으로 경고하는 기술이다. 접근 방향과 가장 가까운 스피커에서 자전거 종소리와 경적 소리를 울리고, 시트 상단 진동으로 운전자 어깨를 두드린다. 계기판, A필러에 내장된 LED를 점등해 접근 방향을 가리킨다.
독일 부품업체 보쉬가 개발한 스마트폰 앱 ‘마이 드라이브 어시스트’는 운전자 스마트폰을 카메라 센서와 통신 모듈처럼 활용한다. 스마트폰으로 도로표지판을 촬영해 과속을 경고하고, 개별 차량에서 모은 교통 정보를 중앙 서버로 보낸다. 교통 정보는 다른 차량과 공유해 디지털 지도 업데이트에 사용한다.
[일본]
일본은 전자 분야에서 전통적인 강세를 보여온 나라다. 광학, 전자 센서 기반 선행 기술을 다수 보유했다. 운전자 생체 정보를 인식해 안전운전을 돕는 기술도 유독 많다. 완성차 적용 폭도 확대되는 추세여서 자율주행 시대에도 여전히 자동차 대국 주도권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소니는 빛 인식 감도를 기존 대비 10배 향상시킨 카메라 이미지 센서를 내년 완성차에 납품한다. 야간에 달빛 수준의 미미한 빛만 있어도 주변 환경을 풀 컬러로 표시할 수 있다. 육안보다 뛰어난 야간 인식 성능이다.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하지 않아도 AEB,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 등 기존 ADAS 시스템에 활용할 수 있어 시장성이 높다. 세계 시장 50%를 점유한다는 목표다.
광학기기 제조업체 코니카미놀타는 차량용 레이저 레이더에 도전했다. 올해 초 고정밀 3차원 시야 확보가 가능한 제품을 공개했다. 수평화각 180도, 최대 24개 레이어 범위로 주변 장애물을 감지한다. 빛을 물체에 투사한 뒤 반사 시간을 측정해 거리를 계산하는 원리다. 주간은 물론이고 야간에도 조명 상태와 관계 없이 지형, 사람, 상대 차를 실시간 감지한다.
후지쯔는 운전자 맥박을 측정해 졸음 운전을 예방하는 장착형 센서를 올해 초 출시했다. 무게가 90그람(g)에 불과하고 5일 연속 사용 가능한 내장형 배터리를 탑재했다. 졸음 운전이 감지되면 음성과 진동으로 경고한다. 차량 탑재 통신 단말기로 운행 관리 시스템과 연계, 관리자가 실시간으로 상황을 알 수 있다. 운수 업체 차량 안전 관리에 유용하다.
르네사스는 운전자 상태에 따라 차량 제동과 변속까지 자동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예컨대 운전자가 계속 눈을 감고 있는 상황이 감지되면 스스로 차를 세운다. 운전자가 의도적으로 특정 제스처를 취해 차량을 움직이거나 정지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이르면 내년부터 상용화를 추진한다.
완성차 제조사 중에는 ‘기술의 혼다’로 명성이 높은 혼다자동차 성과가 돋보인다. 올해 세계 최초로 보행자 충돌방지 자동조향 시스템 ‘혼다 센싱’을 실차에 탑재했다. 고정밀 단안 카메라와 레이더로 전방을 감지, 보행자와 거리가 좁혀질 것으로 예상되면 주행 경로를 틀어 보행자를 피한다. 회피에 성공하면 주행 차선으로 다시 복귀한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자동 제동 기능을 함께 작동시킨다. 혼다는 향후 이 기술을 경차를 포함한 모든 차종에 탑재할 방침이다.
지도정보업체 젠린은 자율주행차 길잡이 역할을 할 3차원 고정밀 전자지도를 구축 중이다. 상용화 목표 시점을 2018년으로 잡고, 일본계 완성차 제조사에게 시험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젠린의 전자지도는 레이저와 카메라로 확보한 데이터를 실제 도로 상황처럼 3차원으로 재현한 것이다. 차선과 횡단보도, 가드레일 정보까지 담았다.
[미국]
미국은 고성능 카메라 모듈과 차세대 에어백 시스템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술을 보유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같은 완성차 제조사의 안전 기술 채택 비중도 급증했다.
TRW는 고성능 복안(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으로 ADAS 시장 공략에 나선다. 기존 단안 카메라 시스템 ‘S-Cam 3’ 성능을 개량한 복안 카메라 시스템 ‘S-Cam 4’를 2018년 출시한다. S-Cam 3에 두 종류 렌즈를 추가해 감지 범위와 시야를 넓혔다. 장거리 탐지용 렌즈와 별도로 단거리 탐지용 어안 렌즈를 추가했다. 어안 렌즈 시야각은 180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보유한 수직·수평 제어 알고리즘과 네덜란드 모빌아이의 사물 인식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차세대 에어백으로 강화되는 안전 규제에 대응한다. 회사는 천정 장착형 에어백을 개발해 신형 시트로엥 C4 칵투스에 납품했다. 이를 개량해 뒷좌석 승객을 보호할 수 있는 천정 장착형 에어백을 올해 공개했다. 앞좌석 등받이에 장착하는 역 U자형 ‘스카랍(Scarab) 에어백’은 소형차 뒷좌석 승객을 보호한다. 유럽·미국에서 뒷좌석 충돌 시험 제도 도입이 논의되는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한다.
SUV와 픽업트럭용 전자식 주차브레이크 시스템(EPB)은 2017년 북미 시장에 출시한다. 기계식 드럼 주차브레이크 주요 부품을 간단한 버튼이나 스위치, 배선으로 대체해 무게를 9㎏나 줄였다. 차체자세제어장치(ESC)와 연동한 안전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포드는 지능형 안전장치 도입에 적극적이다. 독일에서 출시한 신형 S-맥스에 도로 표지판 인식 기술을 적용했다. 도로 제한 속도를 파악해 연료 공급량을 조절한다.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 감속 방식이어서 엔진 토크를 매끄럽게 제어하는 것이 특징이다. 신형 포커스에는 예측형 차체자세제어장치(ESC)를 탑재할 계획이다. 기존 ESC가 미끌림 현상을 감지한 후 작동하는 반면, 차세대 ESC는 센서를 통해 미끄럼 위험이 있는 급커브 구간을 사전에 인식한다. 미끄럼 구간이 예상되면 사전에 각 바퀴 개별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경로 이탈을 막는다.
〈지역 별 자율주행 기술 특징과 주요 플레이어〉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