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이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으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와 협력사 간 잡음도 많아지고 있다.
현재 디스플레이 장비 수요는 중국이 90%일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 국내 장비 업체들도 국내 디스플레이 고객에서 벗어나 중국으로 세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술 유출 논란 등 여러 이슈가 발생하면서 협력사와 상생 논쟁까지 일고 있다.
최근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 업체 BOE에서 러브콜을 받은 장비 업체는 국내 업체 눈치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제안을 받은 곳 대부분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장비를 납품하는 핵심 협력사이기 때문이다.
국내 장비 업체 입장에선 거대 고객 BOE와 손을 잡으면 안정적 판로를 확보해 새로운 장비 개발 등에 매진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만 바라보다 위기에 직면한 업체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BOE가 선진 기술이 녹아든 최신 장비를 원하기 때문에 기술 유출 논란이 일 수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도 이 부분을 우려해 국내 장비 업체 해외 진출을 암묵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스, 도쿄일렉트론 등과 같은 글로벌 장비 업체가 자국 기업에만 장비를 공급하지 않듯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해외 고객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거대 시장 중국 진출을 막는다는 건 서로에게 악영향을 줄 뿐”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눈치 경쟁은 심각하다. 최근 한 외국계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는 국내 A 디스플레이 업체와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는 ‘3년간 국내 경쟁업체에는 판매하지 못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우리와만 계약해야 한다’는 불리한 협약을 강요했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는 제품명을 변경했다. A 디스플레이 업체에 납품하던 것을 B회사에 납품하기 위해서다. 제품 성능이나 특징이 달라진 건 없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새로운 브랜드로 탈바꿈시켜 경쟁사에 공급하는 기회를 얻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경쟁 우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협력업체와 실효성 있는 상생전략이 필요하다”며 “갑을 관계를 통한 독점 공급계약이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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