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예산 3% 늘린 386조7000억원…R&D 동결, 산업·중소기업·에너지 감소

내년도 정부 예산이 올해(375조4000억원)보다 3.0%(11조3000억원) 늘어난 386조7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예산은 21% 늘어나고 복지예산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31%를 넘어선다.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50조원가량 많은 645조원대로 불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를 처음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8일 국무회의에서 2016년도 예산안을 확정하고 11일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국회는 12월 2일까지 내년 정부 예산안을 심의해 처리해야 한다.

예산안 증가율 3.0%는 2010년(2.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 예산에 포함된 세출 6조2000억원과 기금계획 변경 3조1000억원을 포함하면 실질 증가율은 5.5%로 높아진다. 정부는 당시 추경에 사회간접자본(SOC) 등 2016년에 집행할 사업을 앞당겨 반영했다고 밝혔다.

12개 세부 분야 가운데 보건·복지·노동 등 10개 분야 예산이 증가했고, 산업·중소기업·에너지와 SOC 등 2개 분야는 감소했다. 증가율이 올해 전체 예산보다 높은 분야는 보건·복지·노동(6.2%), 문화·체육·관광(7.5%), 국방(4.0%), 외교·통일(3.9%), 일반·지방행정(4.9%) 등 5개다.

고령화 등으로 복지 분야의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국정 목표 중 하나인 문화 융성을 위한 예산도 대폭 늘어났다. 국방 부문은 확고한 대비 태세를 위해 전체 예산보다 높은 증가율이 적용됐다.

보건과 노동을 포함한 복지 예산이 122조9000억원으로 6% 이상 늘어나 12개 분야 중 덩치가 가장 크다. 복지 예산 비중은 31.8%로 사상 최고치다. 보건·복지·노동 예산 중 일자리 예산(15조8000억원)은 12.8% 늘렸고, 청년 일자리 지원 예산(2조1200억원)은 21% 증액했다.

이런 증가율은 전체 예산 증가율의 각각 4배 이상과 7배 수준이다. 이번 예산이 사실상 일자리 예산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복지 외의 주요 분야별 예산 배정액은 △문화·체육·관광 6조6000억원 △국방 39조원 △외교·통일 4조7000억원 △일반·지방행정 60조9000억원이다. 일반·지방행정 예산 중 지방교부세는 36조2000억원으로 3.7% 증가했다.

또 교육(53조2000억원)은 0.5%, 교육 예산 중 지방교육교부금(41조3000억원)은 4.7%, 환경(6조8000억원)은 0.4%, 연구개발(R&D, 18조9000억원)은 0.2%, 농림·수산·식품(19조3000억원)은 0.1% 늘어났다. 공공질서·안전 예산(17조5000억원)은 전체 예산 증가율과 같은 3.0% 증액됐다.

공공질서·안전 예산 중 안전투자는 14조8000억원으로 1.1% 증가했다. SOC 예산(23조3000억원)은 6.0% 감액됐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문제점 노출에 따른 성공불융자 폐지 등으로 산업·중소기업·에너지(16조1000억원) 예산도 2.0% 줄었다. 공무원 보수는 평균 3.0% 오르고 사병 월급은 15% 인상되도록 내년 예산이 짜였다.

재정 건전성은 계속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수입은 391조5000억원으로 2.4%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 국세수입은 223조1000억원으로 올해 추경을 반영한 본예산(215조7000억원)보다 3.4%(7조4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 실질 경제성장률을 3.3%, 경상성장률을 4.2%로 잡고 세수를 예측했다. 내년 실질 경제성장률은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된 3.5%에서 0.2%포인트 낮춘 것이다. 경상성장률은 4.2%를 유지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물가지수인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을 0.7%에서 0.9%로 상향조정한 것이 반영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7조원으로 올해(33조4000억원)보다 늘어나고 국가채무는 645조2000억원으로 50조10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017년 33조1000억원, 2018년 25조7000억원, 2019년 17조7000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 정부 임기 내에 균형재정 달성은 어려워졌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내년에 40.1%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어서고 2018년 41.1%까지 늘어난 뒤 2019년부터 40.5%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는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40%대 초반 수준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기재부는 확장 기조 예산 편성으로 일시적인 재정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