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18조8900억원)보다 0.2% 오른 18조9363억원이다. 사실상 예산 동결로 최근 R&D 예산 배정 추세를 고려하면 이례적 조치다.
정부는 그동안 R&D 경쟁력이 산업발전 원동력이라는 판단으로 관련 예산을 매년 확대했다. 1998년 3조3000억원에 불과했던 R&D 예산은 10년 만인 2008년 처음 10조원대(11조1000억원)를 돌파했다. 이후에도 예산은 꾸준히 늘어 20조원대를 바라보는 수준이 됐다. 증가율은 최대 36.6%, 최저 5.3%를 보였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R&D 예산은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13년 16조9000억원, 2014년 17조8000억원, 2015년 18조8900억원으로 매년 5% 이상 늘었다. 박 대통령은 2017년까지 국가 R&D 투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차관은 예산 동결에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 시기로 봐 달라”고 말했다. 그동안 예산 투입에 집중했다면 내년에는 운영 효율화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상반기 발표한 ‘R&D 혁신방안’에서 이미 정부는 ‘효율 제고’에 방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방 차관은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R&D 예산 증가율이 10.7%”라며 “2000년에 4조원 규모였던 R&D 예산은 19조원이 돼 15년간 4.9배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정부가 R&D 지출을 세계에서 가장 획기적으로 늘린 게 사실”이라며 “학계를 중심으로 R&D 예산 전달 체계에 문제가 많아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 지난 4월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국가 R&D 투자를 GDP 대비 5%까지 높이는 목표도 달성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춘섭 기재부 예산총괄국장은 “국가 R&D 투자 목표는 민간 투자를 포함한 것이기 때문에 달성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내년 R&D·창조경제 예산은 미래 먹거리 창출과 제조업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 분야별로는 우주항공·생명 등에 가장 많은 4조7887억원을 투입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핵심 창업·중소기업에 R&D 자금을 지원한다. 창업성장자금은 올해 300억원에서 63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중점 투자 분야로 사물인터넷(IoT), 드론, 5G 이동통신, 스마트카 등 유망 미래먹거리 분야를 꼽았다. 범부처 기가코리아 사업에 699억원을 투입한다. 드론 핵심기술 개발에 새롭게 60억원을 배정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디자인을 접목해 제조업을 혁신한다. 스마트공장 고도화 기술 개발에 올해(50억원)의 두 배 수준인 99억원을 투입한다. 디자인 혁신 역량 강화에도 420억원을 배정했다. 공공연구성과기술사업화(302억→379억원), 사업화연계기술개발(422억→433억원) 예산도 확대했다.
국민 안전, 삶의 질 제고를 위해 국민체감형 R&D를 추진한다. 감염병 대응 R&D에 올해(308억원)보다 많은 410억원을 투입한다. 차세대 전자항법 장치인 이네비게이션(e-Navigation)에 새롭게 85억원을 배정했고, 정보보호 R&D에 412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R&D 지원시스템은 시장수요·성과 중심으로 개편한다. 중소·중견기업 R&D 바우처에 4000억원을 지원하고 출연연구소를 ‘한국형 프라운호퍼’ 방식으로 전환해 기업연구소 역할을 강화한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