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수억원, 근로자수 10명 내외. 우리나라 환경업체 평균치는 이처럼 초라하다. 그래서인지 환경산업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1만여개 환경기업 중 일을 믿고 맡길 만한 업체를 찾기 힘들다. 이에 환경부와 환경산업기술원은 우수한 환경기술과 사업 실적을 보유한 기업을 ‘우수환경산업체’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글로벌 환경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을 가진 환경기업을 우수 환경산업체로 지정해 대한민국 환경 분야 대표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행보다. 정부 든든한 금융·수출·인력·마케팅 등 패키지 지원과 기술개발 노력을 통해 글로벌 환경시장에서 커나가는 우수환경기업을 찾아 시리즈로 연재한다.
한국워터테크놀로지(대표 전세정)는 하·폐수 슬러지 처리설비 전문업체다. 전기 삼투방식 탈수기술 세계 1위 업체로 이를 적용한 드럼형 ‘고도탈수식 슬러지 감량화기(제품명 엘로시스)’를 세계 최초 상용화했다.
‘엘로시스’는 전기삼투현상 등을 이용한 고도탈수기다. 기계식 방식으로 탈수한 슬러지 케이크 잔여수분을 극한까지 탈수·제거해 슬러지 무게를 절반으로 줄인다. 벨트프레스나 원심탈수기 등으로 슬러지를 1차 처리하면 함수율(수분비율) 80% 정도 슬러지가 되는데, 이를 엘로시스로 2차 처리하면 함수율이 60%까지 떨어진다. 사람을 구성하는 물질이 70% 이상 물이라는 것과 비교해보면, 함수율 60% 수준 슬러지는 거의 바싹 마른 흙과 같은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 기계식 탈수기 후단에 설치해 탈수기 함수율 한계인 80%를 극복하고 함수율 60% 이하를 달성해 슬러지 중량을 절반 이상 줄이는 기술이 핵심이다.
한국워터테크놀로지 엘로시스가 갖는 경쟁력은 물리적 탈수 이후 추가 함수율을 줄이는 에너지 비용을 기존 열풍 건조방식 대비 절반 이상 줄여준다는 것이다. 하수 슬러지를 건조하는 이유는 이를 고형연료로 만들어 발전 등 에너지 생산에 사용하거나 매립 중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런데 하수 슬러지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문제가 있었다.
엘로시스를 사용하면 슬러지 건조기 연료인 천연가스(LNG) 소모량을 60%가량 줄여준다. 기계식 방식으로 함수율을 80%까지 줄이고, 엘로시스로 다시 60%까지 줄이면 그만큼 열풍 건조기로 말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든다. 연료로 만들지 않더라도 슬러지 처리업자는 함수율이 내려가는 만큼 매립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한국워터테크놀로지는 이 기술을 앞세워 동유럽과 일본, 중국 등으로 수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최근 4년 평균 매출액은 36억원이다. 올해는 수출에서만 이보다 많은 40억원 달성이 예상된다. 지난 상반기 중국과 루마니아에 엘로시스를 공급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터키로 수출될 예정이다.
반대성 한국워터테크놀로지 부사장은 “동유럽과 중국 등 슬러지 처리시장이 커지고 있는 국가 신규·교체 수요를 타깃으로 공략하고 있다”며 “환경산업기술원 해외시장 개척단과 국제공동 현지 사업화 등 지원제도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기술력은 있지만 해외시장 마케팅 능력이 부족했던 부분을 정부 지원제도로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 부사장은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향후 슬러지 연료화 등 폐기물 자원화와 수처리 관련 핵심기술 상용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수출에 성공한 기업이 더욱 큰 실적을 낼 수 있도록 ‘중복지원 불가’라는 획일적 기준이 아닌 유연한 평가를 적용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