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특집2-Let`s SEE Emerging] 신시장 개척이 답이다

수출 품목 휴대폰과 자동차가 최근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중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5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 1위에서 1년 만에 네 계단이나 미끄러졌다. 삼성전자는 1, 2위를 기록한 현지업체 샤오미, 화웨이는 물론이고 애플과의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7월까지 중국 자동차 시장 누적 판매량이 작년보다 9% 줄었다. 시장 점유율도 8%를 간신히 유지했다. 현대·기아차 중국 판매 부진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현지 업체 공세 탓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세계 최대 이머징 마켓으로 각광받았던 중국은 현지 업체가 주도하는 ‘레드오션’으로 급변했다. 중국 시장 성장률과 수요 변화에만 촉각을 곤두세웠던 글로벌 업체는 현지 업체에 결정타를 맞고 휘청거린다. 중국 현지 업체는 ‘침묵의 암살자’처럼 글로벌 경쟁업체를 순식간에 제압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주력 산업은 물론이고 신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할 당위성이 커졌다. 소프트웨어(SW)를 중심으로 한 기술 혁신 및 협력적 산업 생태계 조성과 함께 신시장 개척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자동차 산업은 차량 전자화 및 ICT 융합으로 대표되는 기술 변혁기에 대비한 연구개발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 우리나라는 기초 소재 및 기계 부품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일약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는 차세대 자동차 기술 혁신은 모두 전기·전자 및 IT 융합에서 발생한다. 각종 센서와 전자제어를 바탕으로 안전한 운행을 돕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위해서는 전자제어 및 SW 역량을 완성차 업체가 갖춰야 한다. 최근 자동차 기술 혁신 90%는 전기·전자 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미래에도 빠른 추격자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자 및 IT 업체와 협업, 부품 연구개발 지원이 절실하다.

세계 금융 시장 판도를 재편하고 있는 핀테크(Fintech)는 우리나라가 혁신으로 이머징 마켓을 주도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IT 경쟁력에 금융을 융합해 미래 금융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민첩함과 유연함에 혁신 기술로 무장한 IT 기업이 패러다임 전환으로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 기존 금융기관은 핀테크 기술 융합과 함께 앞선 기술을 갖춘 전문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다. 정부 차원에서는 핀테크를 새로운 먹거리로 인식하고 적극 육성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IT 융합으로 새롭게 열리는 금융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 차원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

레저용을 벗어나 일반 산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드론도 무한한 시너지를 창출할 이머징 기술이다. 드론은 기존 물류 시스템을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법·제도적인 문제만 해결되면 곧바로 일반 배송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구글은 오지 인터넷 보급 사업에 드론을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구체화했다.

선진국 간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로봇 분야도 우리나라에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구조로봇 경연대회(DRC)에서 KAIST가 개발한 휴보(Hubo)가 우승했다. 짧은 역사와 부족한 연구개발 자금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로봇 산업 가능성을 알린 쾌거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 산업용 및 서비스 로봇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5.2%, 21.5%에 달할 전망이다. 향후 서비스 로봇 시장 성장성이 더 큰 것이다. 2020년 개인 서비스 로봇 시장은 63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기계 설계 및 전자 제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서비스 로봇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이유다.

‘초연결’로 대표되는 차세대 에너지 산업도 ICT와 융합한 신시장이다. 또 전통적인 미디어 플랫폼 장벽을 허물고 있는 ‘N스크린’도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한다. 서비스 다양화 및 가입자 확대에 이어 이용자 및 기기 특성에 맞는 특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로써 해외 업체의 안방 진입을 방어하고 신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