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 우메다에 있는 간사이권 최대 전자매장 ‘요도바시카메라 우메다점’. 이곳 3층 TV 매장은 올여름 ‘올레드 독무대’가 됐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매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LG전자 대형 부스 중앙 65인치 울트라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65EG9600)가 소비자를 맞는다.
한쪽에는 55인치 LG 풀HD(1920×1080) 올레드 TV(55EC9310)가 동일 크기 소니 4K(3840×2160) LCD TV와 인기가수 아무로 나미에 콘서트 영상을 동시 상영하며 화질 비교 대결을 벌인다. 소비자는 올레드 TV 화질과 두께에 감탄한다.
LG전자가 올레드 TV로 일본 TV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TV 세계 1위 삼성전자도 어려워하는 ‘외산 무덤’에서 ‘명품 TV 진가’를 증명했다. 2011년 재진출 후 한국산 편견과 현지 텃세에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실력으로 뛰어넘었다.
실적은 기대 이상이다. LG전자 일본법인에 따르면 지난 5월 첫선을 보인 4K 해상도 55인치 울트라 올레드 TV(55EG9600)는 소비세 8% 포함 68만엔 가격에도 세 자릿수 판매고를 기록 중이다. 8월 7일 처음 판매를 시작한 65인치 울트라 올레드 TV는 100만엔으로 일본시장에서 제일 비싼 TV지만 사흘 만에 초도물량이 동나 제품을 받으려면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
도쿄 교바시 LG전자 일본법인에서 만난 박창근 LG전자 일본법인 PM(차장)은 “자동차를 제외한 외산 초고가 상품으로는 이례적 성과”라고 말했다. LG전자 올레드 TV는 ‘좋은 제품은 비싸도 팔린다’는 명제를 증명했고 회사는 60만엔 이상 55인치 TV 점유율 100%라는 전례 없던 기록을 세웠다.
올레드 TV 일본 내 순항 비결은 일본을 앞선 OLED 기술력과 오랜 기간 공들인 브랜드다. 일본은 소니가 2007년 세계 최초로 11인치 OLED TV를 생산한 OLED 종주국이다. 일본 TV업계와 소비자는 “유기EL(OLED 일본식 표현)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며 OLED 시대를 예견했다. 하지만 자신이 못한 ‘대형 OLED’를 LG가 실현하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시장을 하나부터 열까지 파악하고자 공들인 정성이 빛을 보고 있다. LG전자는 일본시장에서 직하형 LED, 21 대 9 시네마스크린, 3D 등 일본 업계가 시도하지 못했던 것을 선도했다. 내수에 집중하는 일본 제조사와 달리 세계시장을 주 무대로 삼아 새 기술에 목말랐던 일본 소비자 갈증을 해소했다. 녹화용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위성 튜너 내장 등 일본향 특성도 철저히 반영했다. 올레드 TV는 일본 출시 전 미국향 모델을 직구해 들여오는 소비자가 있었을 정도다.
올레드 곡면 또한 “왜 굽혔냐”는 의문에 “평면으로 된 카메라·안경 렌즈를 본 적 있느냐”며 “모든 자연은 곡선”이라고 몰입감을 강조했다. 올레드 TV는 ‘일본 유일 곡면 TV’다.
품질에 깐깐한 일본 소비자 의견을 제품에 적극 반영했다. LG전자는 개선사항을 세계 모든 제품에 입혔다. 박 차장은 “정치적 갈등과 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배제하고 오직 ‘기술’로 승부를 걸었다”며 “글로벌 TV 브랜드 지위로 해외교류 경험이 많은 젊은 층과 화이트칼라로부터 ‘프리미엄’ 인정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제품과 달리 리모컨에 ‘넷플릭스’ 버튼이 따로 들어가지 않은 것도 LG TV만의 자랑이다. 이미 스마트TV 운용체계(OS) ‘웹OS’를 이용한 넷플릭스 구동을 검증받았기 때문이다. 웹OS는 다국어 지원이 가능해 일본 주재 외국인에도 제격이다.
LG전자 일본법인은 2020년 도쿄올림픽, TV 교체 대수요를 맞아 일본시장에서 호기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2011년 지상파 디지털 전환을 맞아 최다 2600만대까지 치솟았다가 600만대로 줄어든 TV 수요가 평균 7.5년 교체주기를 맞아 회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박 차장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LG 올레드 TV가 일본 정부의 야심작 도쿄 하네다공항 국제선터미널에 자리를 차지하고 요도바시카메라, 빅카메라 등 주요 양판점 중앙을 꿰차며 프리미엄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점유율은 5%대로 낮지만 LG전자가 일본 TV 시장에 일으킨 시장선도 바람은 크다”며 “프리미엄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도쿄·오사카(일본)=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