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연구진, MIT 기술 첫 적용 전자개폐기 상용화 수준 개발

김현탁 ETRI MIT창의연구센터장이 ETRI 2동 실험실에서 신기술을 적용한 전자개폐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현탁 ETRI MIT창의연구센터장이 ETRI 2동 실험실에서 신기술을 적용한 전자개폐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지난 2005년 밝혔던 모트 금속 절연체 전이(MIT) 현상을 이용해 전자개폐기 및 차단기를 상용화 수준으로 개발했다. 크기와 제조원가를 파격적으로 줄여 대기업 기술이전도 논의 중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김흥남 원장)은 과전류가 흐를 때 전기를 차단하는 기존 전자개폐기 내 절반을 차지하는 주먹만 한 계전기를 간단한 MIT 소자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교류전압 1㎸ 이하 저압 배선 차단기 및 누전 차단기 등에도 이 소자를 적용할 수 있다.

MIT 소자는 도선이 임계온도인 67~85℃에 도달하면 전자적으로 과전류를 자동 차단한다. 연구진은 전자개폐기 내 전자석에 MIT 소자를 얹은 인쇄회로기판(PCB)을 붙여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과전류 차단시험에 합격했다. 향후 연구진은 전자석 부문에 MIT 소자를 내장시킬 계획이다.

전자개폐기는 전자제품 중 저전압이 이용되는 세탁기나 냉장고, 에어컨, 소방전 등에 쓰인다. 시간에 따라 전류 방향과 세기가 달라지는 교류용 모터제품에는 대부분 사용한다.

현재 에어컨용 전자개폐기(전자석과 계전기로 구성)가 2만원가량에 팔리고 있다. 계전기를 MIT 소자로 대체하면 가격을 절반 가까이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 설명이다.

연구진은 “가정용 누전차단기(두꺼비집)도 MIT 소자를 쓰면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며 “크기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데다 모양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과전류 차단기기는 도선 온도가 올라가면 바이메탈 금속판이 달아올라 휘어지면서 기계식 접점을 끊어 전자석을 제어하는 방식이었다.

ETRI 측은 시장조사 기관 자료를 인용해 세계 전력개폐기 및 차단기 시장 규모가 내년 기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분야 국내기업 해외시장 점유율은 13.1%다. 연구진은 현재 대기업과 기술이전을 협의 중이다. 또 중소기업 두 군데 정도에도 이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상용화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봤다. 외국처럼 나무로 지은 가옥 아크 차단기(AFCI)에 MIT 소자를 적용해 볼 계획이다.

김현탁 ETRI MIT창의연구센터장은 “세계 과학기술자가 경쟁 중인 MIT 원천기술 및 응용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이 취약한 전력산업 분야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흥남 원장은 “MIT 이론을 세계 최초로 확립하고 이론을 바탕으로 이른 시간 내에 상용화 제품을 만들어낸 R&D 선순환 본보기”라고 덧붙였다.

◆MIT(Metal-Insulator Transition)

모트(Mott)금속-절연체(부도체) 전이. 구조상 전이를 겪지 않으면서 부도체가 금속으로 혹은 금속이 부도체로 바뀌는 현상. 1949년 모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모트 금속-절연체 전이 현상’에 관한 이론을 처음 예언했고 2005년 김현탁 ETRI 박사가 실험으로 처음 검증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