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과학연구단지(SP) 내년 예산난...존폐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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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과학 균형발전을 위해 전국 10곳에 조성한 지방과학연구단지(사이언스 파크·이하 SP)가 존폐위기에 놓였다.

사업 예산 자체가 적은데다 그나마 사업 일부는 내년 예산을 아예 받지 못하게 됐다.

각 SP가 시행하는 사업 가운데 가장 큰 꼭지도 일몰 위기에 놓였다. 게다가 이 사업은 SP 관할 부처인 미래부가 아니라 교육부에서 예산을 받고 있어 ‘내 자식 챙기듯’ 하기엔 한계가 있다.

여기에 SP 조성 목적에 가장 근접한 미래부 사업을 SP뿐 아니라 산업부 산하기관인 테크노파크(TP), 지자체 과학기술진흥관이 함께 수행하고 있어 “SP 몫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1300억원이 넘는 국비를 투입해 인프라를 갖춘 SP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사업 주체는 미래부면서도 시행 및 예산 배분이 여러 부처로 이원화돼 어딜 가든 ‘대접 못 받는’ 찬밥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10일 광주·전북·충북·강원·대구·부산·전남·경북·울산·경남 10개 SP에 따르면 SP가 시행 3개 사업 중 하나인 ‘지역특화 맞춤형기술 이전사업’이 내년에 예산을 하나도 받지 못해 폐지될 처지다.

이 사업은 SP가 지역대학과 출연연구기관이 보유한 우수기술을 찾아 지역 기업에 이전, 연구개발 성과를 사업화로 촉진하기 위해 시행해 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진행됐다.

10개 SP별로 2억3000만원씩 총 23억원 국비가 지원됐다. 국비 외에 시도비 7000만원(국비 30%)도 매칭으로 투입됐다. 그동안 지역 우수 휴먼기술 발굴 등에 기여했지만 “다른 사업에 비해 성과가 미흡하다”는 미래부 판단에 따라 내년 예산은 아예 못 받게 됐다.

또 연간 250억원 이상을 투입해온 SP 최대 사업 ‘지역혁신 창의인력 양성사업’도 예산 문제에 봉착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재부 일몰 방침에 따라 몇 년 후 없어질 위기에 놓였다.

사업 담당 부처도 SP를 관할하는 미래부가 아니라 교육부다. 예전 교육과학부 때 사업이 시행돼 부처가 통폐합하면서 미래부가 아니라 교육부가 이 사업을 맡았다. 10년 정도 시행된 이 사업은 지역 대학과 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뤄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데 기여해 왔다.

SP 고민은 두 가지만이 아니다. SP 목적에 가장 잘 부합하는 미래부 사업인 ‘연구개발지원단(연지단) 사업’을 10개 SP 외에 산업부 산하 기관인 테크노파크 4곳과 한 개 지역 과학진흥기관이 함께하고 있다.

미래부가 시행하는 대표적 지역 과학발전 지원 사업인데 산업부 산하기관과 지역 과학진흥기관도 참여, SP 몫이 줄어든 게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일부 SP가 태동할 때 독립하지 못하고 TP 안에 조직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연지단 예산’은 연간 국비 30억원이다.

이 예산은 지역 내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연구개발(R&D) 성과 조사와 분석,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에 사용된다.

SP 한 관계자는 “SP 고유사업이 줄어들거나 없어지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관할 부처인 미래부가 좀 더 신경 써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지역 과학계는 11년차에 접어든 SP가 인프라 조성을 끝내고 2기 시대를 맞아 예산 확대와 함께 독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영남권 한 교수는 “SP가 태동할 때 테크노파크 안에 둔 게 잘못”이라며 “위상 약화로 고민하고 있는 SP를 해외 유명 과학단지만큼 키우려면 예산 확대와 함께 독립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