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충전기 보조금 인하 부담은 중소기업이 떠안게 됐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15년 전기차 민간보급 충전기 설치 평균 공사비

정부가 내년부터 전기차 구매 지원금을 그동안 15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줄인다. 충전기 보조금도 6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낮췄다. 개별 지원금을 줄이면서 전체 보급 물량을 늘린다는 취지를 붙였다. 하지만 가뜩이나 불경기 속에 지원금 축소로 인한 수익성 악화 부담은 중소기업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전체 친환경차 예산이 늘어나 지원 차량 대수가 늘어난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지원금이 신설된 것도 시장흐름을 볼 때 바람직한 선택이다. 정부 방침대로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출고가 인하까지 이어진다면 전체 시장 분위기엔 훈풍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분류돼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충전기 시장은 오히려 경영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가 2011년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은 소비자로, 충전기 지원 대상은 중소기업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충전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정부 전기차 보급사업(3000대 분량)에 참여한 충전기 구축비용은 설치 환경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458만원에서 560만원이 들었다. 실외 등 설비 환경에 따라 충전기 보호·안전설비까지 추가하면 최대 100여만원이 더 든다. 최소 458만원부터 최대 660만원이 드는데도 정부는 600만원 지원을 일괄 적용해왔다. 이마저도 내년부터 400만원으로 깎인다. 설치해봐야 손실이 날 수밖에 구조다.

충전기 설치 환경에 따른 구축비용은 가정·기업별로 천차만별이다. 충전기 설치는 최초 한국전력 전기가 수전되는 분전반부터 주차장까지 거리에 따라 100만원 이상 공사비가 추가될 수 있다. 수전설비로부터 30m 이내 충전기를 설치하면 458만원이 들지만 30m를 넘으면 최대 560만원이 소요된다. 충전기 보호설비인 캐노피·볼라드 등을 합치면 100만원 구축비가 더 든다.

중소기업 손실 우려는 제도적 장치에도 존재한다. 지자체별로 충전기 입찰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최저가입찰제를 적용하면 낙찰률은 공모가 85% 수준에서 정해진다. 올해 일부 지자체가 600만원에 발주했지만 정작 500만원 초반에 구축 계약이 이뤄졌다.

환경부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내년부터 충전기 구축 사업 주체를 충전기 업체에서 완성차 업체로 바꿀 방침이다. 손실분에 대해 완성차 업체가 책임지도록 하는 의도가 담겼다. 하지만 일부 완성차 업체는 이미 내년도 충전기 구축 계약을 환경부 보조금 기준(400만원)으로 충전기 업체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결국 정부는 완성차 업체에 보조금 인하에 따른 부담을 넘겼지만 완성차 업체는 다시 이를 충전기 업체에 떠넘기려 하는 셈이다.

충전기 업체 관계자는 “행정적 수수료 비용 ‘한전불입금’에 대한 실효성 검증도 필요하고 충전기 설치를 위해 아파트 주민 설득도 충전기 업체가 책임지는 불합리한 관행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가 지난해 충전기 설치비를 1년 넘도록 결제하지 않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표】2015년 전기차 민간보급 충전기 설치 평균 공사비

자료:업계 취합

전기차·충전기 보조금 인하 부담은 중소기업이 떠안게 됐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