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첨단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은 자사와 자국 발전상을 알리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홍보·과학관을 운영해 왔다. 삼성전자는 12일 재개관한 ‘삼성 딜라이트’ 외에도 전시·홍보공간이 다양하다. 삼성디지털시티(수원사업장) 내 전자산업 박물관 ‘삼성 이노베이션 뮤지엄(SIM)’은 세계 전자 역사로써 기술 발전상을 강조했다.
LG도 전자, 화학 등 그룹 기술력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내 ‘LG사이언스홀’에 담았다. 28년간 1700억원을 투자하며 즐기는 과학교육으로 어린이에게 과학에 대한 꿈과 미래를 심었다. LG 홍보보다 과학에 중점을 둬 미래세대를 위한 기업의 사회적 공헌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최초 민간 과학관으로 국내외 과학관을 선도했다. 당시 구자경 LG 회장(현 LG 명예회장)이 강조한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체험형 과학관’은 중요한 설립 이념이다. 이승진 LG사이언스홀 서울관장은 “국내 유일 과학 해설사, 최초 과학 연극 ‘사이언스 드라마’ 등 어린이 과학관 문화를 선도했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소개했다.
일찍이 홍보 필요성을 깨달은 일본은 더 적극적이다. 1959년 도쿄 긴자에 마련한 소니의 66㎡(약 20평) 넓이 ‘쇼룸’이 시초다. 패전의 잿더미에서 세계 전자산업을 이끈 자부심을 담았다. 인근 오다이바 ‘소니 익스플로러 사이언스’는 13년 역사에도 우수한 콘텐츠와 체계적 지원에 힘입어 과학 교육을 통한 사회공헌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파나소닉은 회사 발상지 오사카와 도쿄에 ‘파나소닉 센터’를 마련했다. 도쿄센터는 홍보는 물론이고 어린이를 위한 과학 체험시설로 인기가 높다. 전체 네 개층 중 2~3층에 마련된 수학 놀이시설 ‘리수피아(RiSuPia)’ 때문이다. ‘리수’는 과학·수학을 다루는 일본 교과명 ‘이수’를 뜻한다. 어린이에게 수학 흥미를 제공해 기초과학에 기반을 둔 일본 전자산업 미래를 키우자는 의미다.
도시바 미래과학관은 54년 역사의 아시아 최초 민간 과학관이다. 1927년 마쓰다 조명학교에서 일반인에게 조명과 전기기구 배선을 가르친 게 시초다. 개관 때 아키히토 당시 왕세자(현 일왕)가 방문할 정도로 일본 현대 과학사의 상징적 공간이다. 나카야마 준 관장은 “설립 이념 ‘사람과 과학의 만남’을 바탕으로 과학문맹 퇴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일 양국 전자산업은 천연자원 부족을 기술로 돌파해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랑할 수 있는 건 기술과 실력뿐이다. 전자업계 과학관·홍보관에는 반세기 동안 자사의 얼굴을 국가의 얼굴로 만든 전자업계 경험과 성공 스토리, 영광의 역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미래세대 육성 의지가 그대로 녹아 있다.
도쿄(일본)=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