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날씨가 쌀쌀하고 화창한 어느 날이었다. 벽시계가 13시를 알리고 있었다.”
1948년 영국 작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이 쓴 소설 ‘1984’의 시작이다. 13이란 숫자는 서양인에게 가장 불길한 숫자다. 게다가 영국의 4월은 추운 겨울 기운이 남아있고 소나기가 곧잘 퍼붓는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한다.
조지 오웰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다. 1903년 인도서 태어났다. 1922년부터는 인도 미얀마에서 제국경찰로 활동했다. 당시 제국주의 허구성과 자신의 직업에 환멸을 느꼈다고 한다.
조지 오웰이라는 이름은 그의 자전 소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1933)’을 펴냈을 때부터 사용한 필명이다.
1차 세계대전과 경제불황으로 사람들은 지배계급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혁명을 원했다. 이때 공산주의와 파시스트가 등장했다. 히틀러나 무솔리니는 절대복종을 강요한 절대 지도자로 부상했다. 과학 발전과 함께 독재체제가 늘어갔다. 과학 발전은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기보다는 비인간화를 조장하는 도구로 쓰이게 됐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인간의 행복을 권력과 무관한 것들에서 찾고자 했다. 종이를 누르는 문진(文鎭), 낚싯대, 1페니짜리 사탕 등이 그것이다. 소소한 일을 할 시간이 없는 지식인은 그것이 감성적이고 하찮은 일이라며 비웃을지 모르지만, 조지 오웰은 지극히 평범한 행동들이야 말로 삶을 가치 있게 하는 진정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윈스턴 스미스는 전쟁에서 가족을 잃고 죄의식을 갖는다. 과거를 간직하기 위해 일기를 쓰지만 그것은 사상죄에 해당한다.
그가 살고 있는 오세아니아는 육체적 자유는 물론이고 인간의 사고나 감정까지도 지배하는 숨 막히는 세상이다. 누가 어디를 가든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텔레스크린으로 빅브라더가 감시한다.
빅브라더는 소설 속 세상에서 전지전능한 존재다. 인간이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다. 윈스턴은 오세아니아 전체주의 사회에 반감을 갖고 반역을 꾀하는 인물이다.
소설 배경인 오세아니아에는 300m가 넘는 초고층 빌딩이 있고 헬리콥터가 떠다닌다. 마이크로폰과 같이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기계도 등장한다. “빅브라더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라고 협박하는 대형 포스터가 시내 곳곳에 붙어 있다. 사람들이 활동하는 모든 곳에 송수신이 가능한 텔레스크린이 걸려 있고 거리마다 사상경찰이 돌아다닌다.
빅브라더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사람들을 감시할뿐만 아니라 생각이나 사상을 세뇌시킨다. 빅브라더는 곧 신이고 전지전능한 인물인 것이다.
소설 속에 빅브라더가 있다면 지금 우리에겐 CCTV가 있다. 이 둘은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설 속에서 사람들은 빅브라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조지 오웰은 그 당연함 때문에 세뇌당하고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에 대해 경고를 보낸다.
인터넷을 통한 감시나 전화도청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횡행하고 있다. 대부분 CCTV는 방범유지나 범죄 예방과 같은 공익 목적으로 설치한 것이다. 아파트나 어두운 골목 등에 설치된 CCTV는 주민이 원해서 설치하기도 하지만 악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스마트폰도 우리를 감시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조지 오웰의 ‘1984’는 1948년 완성됐다. 하지만 아직 1984년은 끝나지 않았다. ‘1984’는 현재이고, 미래인 것이다.
김세경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