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생산성 도구로 한발 내디딘 '아이패드 프로'

[전자신문인터넷 이버즈 - 김태우 기자] 더 큰 화면의 아이패드가 나올 것이라는 소문을 들은 지는 제법 되었지만, 설마 나오겠어라는 생각과 함께 지금의 애플이라면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은 꽤 복잡했다. 하지만 아이패드 미니, 아이폰 6, 아이폰 6 플러스가 그랬듯이 아이패드 프로는 여지없이 나왔다.

[체험] 생산성 도구로 한발 내디딘 '아이패드 프로'

먼저 화면 크기 이야기부터 해보자. 무려 12.9인다. 13인치에 약간 못 미치는 크기로, 11인치 맥북에어, 12인치 맥북보다 더 크다. 아이패드가 태블릿이다 보니 12.9인치는 꽤 크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물을 만져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애플이 이렇게 아이패드의 화면 크기를 키운 이유는 확실하다. 바로 `생산성` 때문이다. 아이패드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중간에 있긴 제품이다. 하지만 생산성보다는 소비형 기기로 분류된다. PC에서 하던 몇몇 일을 아이패드서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이패드는 생산성 도구로의 한계가 분명하다. 이를 애플은 화면 크기와 2가지 액세서리, iOS9으로 극복할 심산이다.

[체험] 생산성 도구로 한발 내디딘 '아이패드 프로'

해상도는 2732 x 2048. 지금 쓰고 있는 15인치 맥북프로의 해상도가 2880 x 1800이니 아이패드 프로가 더 많은 픽셀을 지니고 있다. 무려 화소가 550만 개. 화면이 커지고, 화소가 많아지면 이를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극복하고자 550만 개의 화소를 정확하게 배열하는 광배향 공정을 사용했으며, 픽셀을 원활히 제어할 수 있는 타이밍 컨트롤러를 넣었다. 5k 아이맥에 쓰이던 기술이다. 인치당 픽셀은 264ppi로 아이패드 에어와 동일하다.

무게는 713g. 1세대 아이패드의 무게가 680g이다. 그동안 아이패드는 꾸준히 무게를 줄여왔다. 그 때문인지 더 큰 화면임에도 1세대와 비교하면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사용하는 아이패드 에어 2 셀룰러 모델(444g)에 익숙하다 보니 조금 묵직하다.

여기에 스마트 키보드를 추가하면 1000g 안팎의 무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맥북의 무게가 920g이니 비슷해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생기는 요소가 아닐까?

[체험] 생산성 도구로 한발 내디딘 '아이패드 프로'

아이패드 프로와 함께 선보인 액세서리는 스마트 키보드와 애플 펜슬이다. 아이패드 에어2에 iOS9을 설치하고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해 작업을 종종 하고 있는데, 멀티 화면과 단축키 지원으로 외부 취재 시 가볍게 사용하기엔 더할 나위 없다.

iOS9은 지난 6월 WWDC에서 공개했다. 이후 베타 버전을 써보니, 아이패드의 활용도가 높아져 좋았다. iOS9의 아이패드용 기능을 아이패드 프로에서 써보니, 처음부터 아이패드 프로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으로 여겨진다. 노트북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스마트 키보드와 더해져 가벼운 작업 정도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스마트 키보드의 키감은 다소 폭신한 느낌이다. 타이핑을 해보니 정확도와 안정성 측면에선 만족스럽다.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한다면, 스마트 키보드도 꼭 사라고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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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사이의 페어링은 자석을 통한 탈착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 아이패드 프로 측면에 별도의 단자가 있다. 문서 작업 중 키보드를 분리하면, 가상 키보드가 튀어나온다. 반대로 키보드를 붙이면 가상 키보드는 사라진다. 가상 키보드는 사라져도 자동 완성은 화면에 표시된다.

아이패드 프로도 다소 의외이긴 했지만, 애플 펜슬은 정말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펜슬 관련 업체에서 이번에 애플이 펜 관련 제품을 내놓을 거라고 물어온 적이 있는데,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그런 저의 예상이 보기 좋게 틀렸다.

애플 펜슬은 원형으로 일반 펜슬과 비슷한 두께를 지니고 있다. 손에 쥐고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애플은 펜슬을 아이패드에 수납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수납보단 최대한 일반 펜슬처럼 손에 쥐고 쓸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애플답다는 생각이다.

반응성도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하다. 사용해본 몇몇 스타일러스의 경우 펜의 움직임을 따라오지 못해 한박자 늦게 선이 그어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오차가 거의 없다. 이는 아이패드 프로가 애플 펜슬을 감지하면 초당 240번으로 스캔하기 때문이다. 손가락을 쓸 때보다 2배나 많다.

[체험] 생산성 도구로 한발 내디딘 '아이패드 프로'

압력 감지도 들어가 있다. 애플 펜슬의 펜촉에 압력 센서를 내장하고 있는데, 펜촉을 자세히 보면 미세한 공간이 있다. 이 공간 덕에 압력을 가하면 펜촉이 밀려진다. 물리적인 압력을 감지해 아이패드 프로에 표현되는 셈.

압력이 전부가 아니다. 펜의 기울기도 인식한다. 펜촉에 센서를 2개 적용해 각을 측정하게 된다. 연필심을 선택하고, 펜을 눕혀 화면에 쓱쓱 그리니 음영 효과가 나타난다. 펜의 기울기에 따란 표현까지 고려했다니, 애플의 섬세함에 또 한번 놀란다.

페어링도 간단하다. 뚜껑을 열고 아이패드 프로의 라이트닝 포트에 꽂으면 페어링이 된다. 충전도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15초 충전이면 30분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 키보드와 애플 펜슬 모두 페어링을 하기 위해 아이패드 프로의 메뉴를 살펴볼 필요없이 직관적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체험] 생산성 도구로 한발 내디딘 '아이패드 프로'

스피커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패드 에어의 스피커는 나쁘지 않기는 하지만, 아래쪽에 몰려 있다. 소리가 방향성을 가지고 나오다 보니 가로, 세로의 방향에 따라 소리가 달리 들린다. 아이패드 프로는 4개의 스피커를 품는다.

4개의 스피커는 저음역대를 들려주는 동시에 위쪽 2개의 스피커는 더 높은 음역대를 전담한다. 아이패드 프로의 방향을 가로 방향인지, 세로 방향인지 인식해 자동으로 음역대를 나눈다. 즉 방향에 상관없이 위쪽 2개는 더 높은 음역의 소리를 내준다.

[체험] 생산성 도구로 한발 내디딘 '아이패드 프로'

아이패드는 손에 쥐기 좋은 태블릿으로 손가락으로 쓰고, 그려가며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도구다. 맥 OS X보다 가벼운 사용자 환경을 활용해 원하는 자료를 찾고, 이미지와 짧은 글로 아이디어를 설명할 수 있다. 게다가 콘텐츠 소비에 적합할뿐더러 간결한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기 딱이다. 어쩌면 아이폰과 화면 크기만 다를 뿐이지만, 쓰임새는 분명 다르다. 아이폰 화면의 한계와 노트북 사용의 번거로움을 잡아주던 기기가 아이패드다.

그럼에도 아이패드의 수요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화면 크기가 점차 크기면서 콘텐츠 소비용 역할을 아이패드가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애플로서는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고, 새로운 용도의 아이패드로 포지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내놓은 것이 아이패드 프로 + 스마트 키보드 + 애플 펜슬이다.

아이패드 프로와 스마트 키보드의 조합은 노트북을 대체할 수 없지만, 생산성 측면에선 기존보다 월등히 좋아진다. 이 부분에 목말라했던 이가 분명 있을 터. 여기에 펜을 활용해 새로운 생산성의 영역까지 아우르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아이패드 프로는 맥북과 기존 아이패드 사이의 틈새시장을 노리는 셈이다. 과연 소비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